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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드문 11세 환자···20번 엄마 병원 옮겨 함께 격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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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경기 수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성년자 첫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보건소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경기 수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성년자 첫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보건소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내에서 어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어른보다 노출 적고, 면역체계 달라" #걸리더라도 무증상이거나 증상 약해 #메르스, 사스 때도 어린이 사망자 0명

1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수원에 거주하는 20번째 확진자(42)의 딸 A(11)양 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32번째 확진자다. 이 어린이 환자는 분당서울대병원 음압격리병실로 옮겨졌다.

A양은 엄마인 20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5일 이후 자가격리해왔다. 김종현 대한소아감염학회 회장(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자가격리 마지막 날(14일째) 격리 해제를 앞두고 37.3도의 미열과 가래가 생겨 검사를 실시했는데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A양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지난달 3일부터 현재까지 방학이다. A양은 자가격리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추가 접촉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엄마는 20번째 확진자로 15번째 확진자의 접촉자(처제)다. 15번째 확진자는 자가격리 중에 가족들과 식사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15번 환자는 다른 확진자(4번 환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상태였고, 처제는 15번 환자와 식사를 한 나흘 뒤인 지난 5일 20번째 환자로 확진됐다. A양은 2월 2일, 5일, 7일 3차례 실시한 검사에선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자가격리 기간 중에 객담 증상이 좀 있었고 그 증상이 크게 변화하지 않아서 중간에 검사를 시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객담 증상이 계속 지속돼서 검사를 했고 거기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상황이다. 저희가 볼 때는 엄마하고 가장 접촉이 많았기 때문에 20번째 환자로부터의 노출의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아이의 건강 상태는 안정적이다. 약간 미열만 있는 상태다. 다만 아이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몹시 불안해하며 울고 있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있는 엄마를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해 함께 격리 치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종코로나 어린이 환자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카를로스 델 리오 미국 에모리대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은 신종코로나 환자 연령이 대부분 49~56세로 나이가 어린 환자들이 드물다는 내용의 논문을 지난 5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공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까지 세계 확진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환자를 나이별로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하는 중위 연령은 49~56세였다. 중위 연령은 확진자를 나이 순서대로 세워놓았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연령을 말한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어린이집 입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br〉  수원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5번째 확진 환자가 수원에서 발생함에 따라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의 안전을 위해 관내 1천61개 모든 어린이집에 3~9일 휴원 조치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어린이집 입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br〉 수원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5번째 확진 환자가 수원에서 발생함에 따라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의 안전을 위해 관내 1천61개 모든 어린이집에 3~9일 휴원 조치했다. [연합뉴스]

특히 5~18세 소아가 감염된 사례는 적었다. 중국 베이징시의 경우 지난 5일 기준 확진 환자 253명 중 63명이 60세 이상이었다.  6~17세 연령대는 8명, 5세 이하는 10명이었다.

신종 코로나의 사촌격인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 세계 사스 확진 환자 8000여명 중 어린이는 135명이었다. 사망자도 없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국내 감염자 186명 중 어린이는 1명도 없었다.

정 본부장은 "어린이 신종코로나 확진자는 (세계적으로) 그렇게 많이 보고되고 있지 않다. 대부분 성인의 환자 발병이 많은 것으로 돼있고 정확하게 몇 명이 어린이로 확인됐는지까지는 저희가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 추후 확인해보겠다. 어린이 발병이 많지 않다 정도로 말씀드리겠다"라고 설명했다.

한미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해외에서도 어린이 신종코로나 감염자는 드물었다. 아이들의 경우 성인보다 환자에게 노출될 기회가 적고, 아이들의 면역체계가 어른들과 달라서 덜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들은 신종코로나에 걸리더라도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약하게 지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32번 환자의 경우도 자가격리를 해오다가 격리해제 시점에 37.3도, 미열이라기도 애매한 정도의 체온이 측정됐다고 한다. 가래가 조금 있는 것 외에는 안정적인 상태라 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고 했다.

한 교수는 “어린이를 기르는 부모님들은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른ㆍ아이 할 것 없이 감염 예방 수칙을 지켜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씌워주고, 외출 뒤 집에 오면 손을 깨끗하게 씻도록하고, 사람 많은 곳에는 웬만하면 가지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에스더·채혜선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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