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8일 ‘조국 대 반(反)조국’ 구도로 짜여지고 있는 서울 강서갑 공천 문제로 종일 어수선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조국 백서’의 필자인 김남국 변호사가 도전 의사를 보이면서다.
김 변호사는 당초 이날 오후 4시 30분에 강서갑 출마 선언을 하려 했다.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진심과 절박함으로 오직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남은 이야기는 오후 4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이어가겠다”고 했다. 정론관 대여는 친문 성향의 손혜원 무소속 의원실이 해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후 들어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손 의원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변호사가 취소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김 변호사가 강서갑 출마 의사를 접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김 변호사는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던 상황이었다. 민주당 한 의원은 “김 변호사가 총선에 나가는 것은 조국 사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편한 감정이 되살아날 수 있어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지지자로부터 “김남국 인재영입부터가 실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이를 읽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다시 오후 3시 45분 ‘제발 청년세대에게도 도전할 기회를 주십시오’라는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실상 강서갑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글이었다.
김 변호사는 금 의원을 향해 “의원님은 골리앗이고 저는 다윗에 불과하다. 무엇 때문에 경쟁할 기회조차 빼앗으려 하시느냐”며 “의원님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썼다. 또 “금 의원님이 의원총회에 들어간 이후 저에게 출마를 포기하라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금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당 의원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김 변호사 출마 입장에 대한 물음에 “당을 위해 제가 막아야 한다. 총선을 ‘조국 수호 총선’으로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강서갑 출마를 막기 위해 선수를 친 작심발언이었다.
금 의원은 또 “강서갑이 19대 총선 노원갑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민주당 전신 민주통합당은 정봉주 전 의원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갑에 정 전 의원의 ‘나는 꼼수다’ 공동진행자였던 김용민 후보를 공천했다. 하지만 김 후보의 과거 여성 비하 막말이 알려지면서 노원갑은 물론 민주당 총선 전체 패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앞서 정봉주 전 의원은 금 의원을 두고 “빨간 점퍼(미래통합당 상징)를 입은 민주당 의원을 솎아내겠다”며 강서갑 공천 신청을 했다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강서갑은 이미 금 의원을 비롯한 복수의 예비후보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자 추가 공모를 결정, 김 변호사 공천 신청의 길을 열어두면서 “금태섭 찍어내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일각에선 김 변호사 뒤를 정 전 의원 측이 봐준다는 얘기도 있다. 김 변호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조국 사태가 또 불거질까봐 우려한 당이 그에게 출마 선언을 하지 말 것을 종용했을텐데, 김 변호사도 ‘가만히 있으면 바보 된다’는 생각에 격정적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쓴 것 같다”고 했다.
서초동 집회서부터 ‘김남국을 강서갑으로’
사실 김 변호사의 강서갑 출마설은 작년 10월 열린 서울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때부터 나왔다. 당시 집회 사회자가 김 변호사의 강서갑 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금 의원을 두고 강성 친문 진영의 비토 목소리가 커져갈 때였다. 김 변호사는 최근 통화에서 “제 집이 강서갑에 있다고 다른 분들이 착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김 변호사 출마 이슈와 관련해 “당내 경쟁으로 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현명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신인은 한국당(미래통합당)의 센 현역이 있는 데에 가서 붙어야 한다”며 “내가 김남국이라면 민주당 험지에 갈 것 같다. 안타깝다”고 했다. 강서갑 추가 공모는 19일 마감돼 금 의원과 김 변호사 간 경선 성사 여부는 금명간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