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전2’로 판 커진 강서갑…금태섭의 견제구와 김남국의 응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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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다른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다른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조국 대 반(反)조국’ 구도로 짜여지고 있는 서울 강서갑 공천 문제로 종일 어수선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조국 백서’의 필자인 김남국 변호사가 도전 의사를 보이면서다.

김 변호사는 당초 이날 오후 4시 30분에 강서갑 출마 선언을 하려 했다.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진심과 절박함으로 오직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남은 이야기는 오후 4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이어가겠다”고 했다. 정론관 대여는 친문 성향의 손혜원 무소속 의원실이 해준 것이라고 한다.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조국 백서' 필자인 김남국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조국 백서' 필자인 김남국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오후 들어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손 의원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변호사가 취소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김 변호사가 강서갑 출마 의사를 접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김 변호사는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던 상황이었다. 민주당 한 의원은 “김 변호사가 총선에 나가는 것은 조국 사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편한 감정이 되살아날 수 있어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지지자로부터 “김남국 인재영입부터가 실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이를 읽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1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다시 오후 3시 45분 ‘제발 청년세대에게도 도전할 기회를 주십시오’라는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실상 강서갑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글이었다.

김 변호사는 금 의원을 향해 “의원님은 골리앗이고 저는 다윗에 불과하다. 무엇 때문에 경쟁할 기회조차 빼앗으려 하시느냐”며 “의원님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썼다. 또 “금 의원님이 의원총회에 들어간 이후 저에게 출마를 포기하라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도 했다.

김남국 변호사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발 청년세대에게도 도전할 기회를 달라"며 출마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김남국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김남국 변호사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발 청년세대에게도 도전할 기회를 달라"며 출마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김남국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앞서 금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당 의원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김 변호사 출마 입장에 대한 물음에 “당을 위해 제가 막아야 한다. 총선을 ‘조국 수호 총선’으로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강서갑 출마를 막기 위해 선수를 친 작심발언이었다.

금 의원은 또 “강서갑이 19대 총선 노원갑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민주당 전신 민주통합당은 정봉주 전 의원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갑에 정 전 의원의 ‘나는 꼼수다’ 공동진행자였던 김용민 후보를 공천했다. 하지만 김 후보의 과거 여성 비하 막말이 알려지면서 노원갑은 물론 민주당 총선 전체 패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명예훼손 재판으로 인해 제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명예훼손 재판으로 인해 제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앞서 정봉주 전 의원은 금 의원을 두고 “빨간 점퍼(미래통합당 상징)를 입은 민주당 의원을 솎아내겠다”며 강서갑 공천 신청을 했다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강서갑은 이미 금 의원을 비롯한 복수의 예비후보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자 추가 공모를 결정, 김 변호사 공천 신청의 길을 열어두면서 “금태섭 찍어내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일각에선 김 변호사 뒤를 정 전 의원 측이 봐준다는 얘기도 있다. 김 변호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조국 사태가 또 불거질까봐 우려한 당이 그에게 출마 선언을 하지 말 것을 종용했을텐데, 김 변호사도 ‘가만히 있으면 바보 된다’는 생각에 격정적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쓴 것 같다”고 했다.

서초동 집회서부터 ‘김남국을 강서갑으로’

사실 김 변호사의 강서갑 출마설은 작년 10월 열린 서울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때부터 나왔다. 당시 집회 사회자가 김 변호사의 강서갑 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금 의원을 두고 강성 친문 진영의 비토 목소리가 커져갈 때였다. 김 변호사는 최근 통화에서 “제 집이 강서갑에 있다고 다른 분들이 착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김 변호사 출마 이슈와 관련해 “당내 경쟁으로 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현명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신인은 한국당(미래통합당)의 센 현역이 있는 데에 가서 붙어야 한다”며 “내가 김남국이라면 민주당 험지에 갈 것 같다. 안타깝다”고 했다. 강서갑 추가 공모는 19일 마감돼 금 의원과 김 변호사 간 경선 성사 여부는 금명간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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