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앨라배마주 "50살 이상 남성은 정관수술 받아라" 법안 발의,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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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정자. [중앙포토]

남성의 정자. [중앙포토]

미국 민주당 소속 앨라배마주 하원의원이 '50세 이상 남자는 모두 정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50세가 되거나 △셋째 아이를 출산하면 자비를 들여 정관 수술을 받아야 한다. 50세 미만이어도 셋째 아이를 출산했다면 정관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는 지난해 5월 공화당이 다수인 앨라배마주 상원이 사실상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가결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이같은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을 발의한 롤란다 홀리스 의원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관련한 법안을 남성이 만들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년 공화당은 여성의 몸과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며 "이것이 끔찍한 권한 남용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이탈리아에서 한 여성이 시위를 하고 있다. [BBC]

지난해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이탈리아에서 한 여성이 시위를 하고 있다. [BBC]

앨라배마주의 낙태금지법안은 임신부의 건강이 치명적 위험에 처했을 때나 태아에게 치명적인 기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낙태를 금지한다. 민주당이 성폭행과 근친상간 피해자에게도 낙태를 허용하도록 법안을 수정하려고 했으나 공화당은 법안 수정 표결에서 이를 무력화시켰다.

비비안 데이비스 피겨스 상원의원(민주당)이 지난해 5월 열린 앨라배마주 상원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비비안 데이비스 피겨스 상원의원(민주당)이 지난해 5월 열린 앨라배마주 상원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앨라배마 인간 생명 보호법(the Alabama Human Life Protection Act)'으로 명명된 초강력 낙태금지법은 큰 논란을 빚었다. 특히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 모두가 남성이란 점이 논란이 됐다. 남성이 여성의 권리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당시 주의회의 표결 과정에서 비비안 데이비스 피겨스 상원의원(민주당)도 "성폭행을 당하는 게 어떤 것인지, 근친상간을 당하는 게 어떤 것인지 아느냐"며 "여성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왜 당신이 직접 결정하려고 하냐"고 법안을 지지한 공화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 법은 가결 6개월 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돼야 했다. 하지만 시행 한 달 전인 10월에 앨라배마주 연방지방법원의 마이런 H 톰슨 판사는 법의 발효를 막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그는 의견서에서 "앨라배마의 낙태금지 법안은 미국 헌법에 저항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례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앨라바마주 당국은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연방대법원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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