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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금리 1%대…국민연금도 대출 된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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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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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돈을 급하게 빌려 써야 할 때가 생긴다. 그러나 요즘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은행 대출을 꽉꽉 틀어막아 돈 구하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은퇴해 소득이 없는 노후생활자한테 은행 문턱은 한없이 높다. 그럼 노후에 전·월세 자금이나 병원비가 모자랄 때 어디서 돈을 구해야 할까.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연금상품은 가입자의 급전 마련을 돕는 대출제도를 두고 있다. 이중 노후생활자를 위해 확실하게 대출기능을 장착한 것은 국민연금이다.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은 연금이 개시된 경우 대출이 불가능해진다. 국민연금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곳은 은행이 아닌 국민연금공단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실버론’이란 이름으로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긴급생활안정자금 명목의 대출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실버론은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라면 신청할 수 있다. 단 기초생활수급자라든가 국외거주자, 국민연금 지급이 중단된 사람 등은 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자가 5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에 맞춰 분기별로 변동 운용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연 1.32% 수준이다. 개인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밖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고령층의 대출 부담을 줄여주려는 취지다. 1인당 1000만 원 한도로 연간 국민연금 수령액의 2배까지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자금을 빌린 사람은 최장 5년 동안 원금 균등분할 방식으로 상환할 수 있다. 거치 기간을 1, 2년으로 설정하면 상환 기간은 최장 7년으로 늘어난다. 대출금 상환은 매달 받는 국민연금에서 원천 공제하는 방법으로 국민연금공단 입장에서는 대출금을 떼일 염려가 전혀 없다. 실제로 대출금 상환율이 99%에 이른다.

지난해엔 대출 재원이 조기 소진돼 390억원이었던 예산을 210억원 증액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출목적은 전·월세 자금이 가장 많고, 의료비·장례비·재해복구비 순이다. 그러나 정부가 실버론이 국민연금 수급자의 노후복지를 헤칠 위험이 있다며 제도 개편을 추진할 움직임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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