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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산 2만L 탱크로리 전도, 30여대 연쇄추돌···터널 아비규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 명 사망을 포함해 46명의 사상자가 나온 완주-순천 고속도로 연쇄 추돌 사고가 유독물질인 질산 1만8000L를 실은 24t 탱크로리 차량이 넘어지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현장인 터널 내부에 아직도 견인되지 못한 사고 차량차들이 남아 인명피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사고행렬 맨 앞 탱크로리 전도"

17일 차량 다중충돌 사고가 난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의 터널 현장에 사고 차량 잔해가 어지러져 있다. [연합뉴스]

17일 차량 다중충돌 사고가 난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의 터널 현장에 사고 차량 잔해가 어지러져 있다. [연합뉴스]

소방당국은 17일 오후 전북 남원시 사매면 완주-순천 고속도로 사매2터널 사고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고 차량 행렬의 맨 앞인 탱크로리 차량이 옆으로 전도되면서 연쇄 추돌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터널 입구 100m 지점에서 사고 발생 #24t 탱크로리에 질산 1만8000ℓ 실려 #연기 치솟아 화재진압·구조 어려움

이날 낮 12시 23분쯤 완주-순천 간 상행선 고속도로 사매2터널 내에서 차량 30여 대가 연쇄 추돌했다. 사고는 약 710m 길이의 사매2터널 중 입구에서 약 100m 지점에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인명피해는 사망자 3명과 부상자 43명으로 파악됐다. 부상자 중 6명이 중상으로 전해졌다.

"터널에서 검은 연기 뿜어져 나와"

17일 전북지역에 폭설이 내린 가운데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의 터널에서 차량 다중 추돌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연합뉴스]

17일 전북지역에 폭설이 내린 가운데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의 터널에서 차량 다중 추돌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연합뉴스]

소방관들이 사고 현장에 최초 도착했을 당시 수십 대의 차량이 뒤엉킨 채로 발생한 화재 때문에 발생한 검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내부 접근이 쉽지 않았다. 사고 현장 목격자들은 "사고가 일어난 뒤 꽤 오랫동안 검은 연기가 치솟아 터널 내부가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차량 30여 대가 연쇄 추돌한 사매2터널 내부에는 오후 9시 현재 견인되지 못한 차들도 다수 남아 있다. 소방당국이 터널 내부에서 차량 견인과 인명 구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사고현장 내부에서 차량을 계속 견인하고 있지만, 정확히 몇 대가 남아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아 터널 내부에 10여 대의 차량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소방당국이 구조한 사상자들은 광주광역시와 전북 남원시, 임실지역 소재 8개 병원으로 나뉘어 이송됐다.

탱크로리에 질산 1만8000L 실려

17일 낮 12시 23분께 완주~순천 고속도로 상행선 사매 2터널에서 빙판길 사고로 추정되는 다중추돌 사고가 발생해 소방 관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17일 낮 12시 23분께 완주~순천 고속도로 상행선 사매 2터널에서 빙판길 사고로 추정되는 다중추돌 사고가 발생해 소방 관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소방본부는 탱크로리 차량에 유독물질인 질산 1만8000L가 실려있던 것으로 확인했다. 질산은 강한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로 흡입과 접촉 시 심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화재에 유독가스 흡입 위험까지 겹쳐 화재진압 및 구조 인력이 터널 내부로 진입하기도 어려웠다.

남원시와 유관기관 등은 탱크로리에서 흘러나온 질산 1만8000L를 제거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탱크로리에 실려있던 질산이 얼마나 유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고 이후 사매2터널 진입로는 모두 통제됐고 현재는 화재 진압과 구조 인력 외에는 진입이 제한되고 있다.

전국에 폭설 내린 날 30여 대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한 전북 남원시는 지난 16일 오후 8시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17일 오후까지 최대 8.7㎝의 적설량을 기록하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낮 12시부터 1시 사이 5.6~5.9㎝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대설특보에 강풍까지 겹쳐 터널 안 도로가 결빙돼 탱크로리가 전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고 당시 사매2터널 사고현장으로 들어서는 터널 입구 쪽 도로에도 눈이 일부 쌓여 있었기 때문에 탱크로리 차량을 뒤따르던 차들이 앞서 일어난 사고를 피하지 못하고 미끄러져 사고가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사고현장은 사고 발생 이후에도 눈이 그치지 않고 있다. 기상청은 오는 18일 새벽까지 전북지역에 5~10㎝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소방당국과 경찰 등은 탱크로리 차량이 전도된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 중이다. 또 차량 81대와 인력 200여 명을 투입해 터널 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남원=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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