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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걸던 전화번호로 걸었는데···마스크 사기꾼 3억 챙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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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경기도에서 마스크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A사는 11일 오전 한국전력공사 지역 지사장 명의로 된 공문을 팩스로 받았다. "고압선 공사로 전화가 단전될 수도 있다. 주의하라"는 내용과 담당자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A사 관계자가 전화를 걸자 이를 받은 한 남성은 "전화가 단전되면 사업에 피해가 갈 수 있으니 회사 전화 비상 연락처를 제공하겠다"며 "인터넷 전화(070)로 공사 기간만 잠시 착신 변경하라"고 제안했다. A사는 이를 믿고 인터넷 070 번호로 착신 번호를 바꿨다.

착신 번호 변경이란건 상대방이 평소대로 '02-123-5678' 걸면 '070-234-7890'의 번호로 자동으로 수신자가 바뀌는 방식이다. 다른 사람에게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는 걸 알려줄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A사도 부담 없이 착신 번호 변경에 동의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A사 관계자의 휴대전화로 평소 거래하던 B씨의 전화가 걸려왔다. B씨는 이 관계자에게 "평소 거래하던 계좌번호와 방금 입금한 계좌번호가 달라 이상하다. 영수증도 평소와 다른데 변경한 것이냐?"고 물었다. A사는 자신들이 착신 변경한 전화번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

공문 따라 안내받고 전화 착신 변경했는데 사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마스크 품절 대란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스크 생산업체로 가는 주문을 가로채 주문대금을 챙기는 신종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업체가 사기단이 제공한 070 인터넷 전화번호로 착신 변경한 시간은 5시간 정도다. B씨 등 2명은 그 시간에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 각각 18만개와 16만개의 마스크를 주문했다.

이 주문 전화는 A사가 아닌 사기범이 받았다. 주문대금 1억8000만원과 1억6000만원도 사기범에게 넘어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경찰 "주문대금 전 계좌번호, 세금계산서 등 확인 다시 해야" 

경찰은 이들 일당을 추적하는 한편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또 지역 내 마스크 생산업체를 상대로 전화나 현장방문을 통해 예방 교육을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공기관을 사칭하며 전화 착신전환을 유도하는 전화가 오면 사기 범죄일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해달라"며 "피해 예방을 위해 주문대금을 지급하기 전에 해당 업체 계좌번호, 세금계산서 등이 맞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구매대금이 크다면 업체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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