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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행크스·테론이 UP! UP! 외쳐 마이크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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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이미경 CJ 부회장. [로이터=연합뉴스]

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이미경 CJ 부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솔직히 얘기하면 마이크가 내려갔을 때 그게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신호인 줄 몰랐어요. 기술적 결함이 생긴 줄만 알았는데 불이 다시 켜지고 톰 행크스와 샤를리즈 테론이 ‘어서 말해!(go for it)’ ‘마이크 올려!(up)’ 라고 외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나는 말을 너무 많이 했다. 이번엔 한 말씀 하셔야 한다’고 해서 앞으로 나간 거죠.”

아카데미상 ‘소감의 진실’ 털어놔 #“마이크 내린게 퇴장 신호인지 몰라 #봉준호도 한마디 하라고 떠밀어 #기생충 대사 적힌 옷도 직접 준비”

이미경 CJ 부회장이 미국 영화 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현지시간 12일 보도)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후일담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시상식 의상도 직접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생충’ 포스터를 보면 검은 밴드로 눈을 가리고 있는데 밴드마다 영화와 관련된 문구가 적힌 옷을 입으면 재밌을 것 같았다”며 “그날 입은 꼼데가르송 빈티지 재킷은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부착돼 있던 다양한 종류의 밴드 위에 ‘기생충은 쿨하다!(PARASITE is cool)’ ‘나 정말 진지해요(I'm Deadly Serious)’ 등 영화 속 명대사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새겨 넣었다.

이날 이 부회장이 시상식 때 입은 재킷. ‘PARASITE is cool(기생충은 쿨하다)’ ‘I'm Deadly Serious(나 정말 진지해요) 등 영화 속 명대사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새겨 리폼했다. [사진 할리우드리포터]

이날 이 부회장이 시상식 때 입은 재킷. ‘PARASITE is cool(기생충은 쿨하다)’ ‘I'm Deadly Serious(나 정말 진지해요) 등 영화 속 명대사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새겨 리폼했다. [사진 할리우드리포터]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을 석권한 당일 밤 LA 소호하우스에서 열린 애프터파티 현장도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오랜 멘토인 퀸시 존스와 함께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다”며 “그는 항상 내게 ‘너 자신에게 솔직할 때 다른 문화와 인종의 사람들을 포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K팝은 물론 모로코부터 인도네시아·중국 등 전 세계 음악과 영화에 해박한 그의 지지 덕분에 나를 더 들여다보고 일에 정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보이스그룹 A.C.E 가 H.O.T나 방탄소년단 등의 노래를 파티 무대에서 선보인 것도 감회도 깊었다고 한다.

LA에서 10년 넘게 사는 이 부회장은 “60년대 어릴 때 TV나 극장에서 본 것은 ‘보난자’ ‘더 도나 리치 쇼’ 같은 TV 쇼나 ‘자이언트’ ‘대부’ 같은 외화였다. 우리가 만든 작품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하면서 “그래서 다양한 한국 콘텐트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카데미는 오랫동안 국제 회원 비중을 높여왔다. ‘기생충’의 수상은 이제 그 회원들이 새로운 문화와 콘텐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한국뿐 아니라 더 다양한 국가 영화들에도 새로운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창작자들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며 “아카데미를 위해서 영화를 만들지는 않겠지만, 모든 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고무돼 새로운 영감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한 편씩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둘 다 실화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면서 한국어 영화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재난 호러 액션으로 2001년 아이디어를 구상해 18년째 개발 중이고, 영어 영화는 2016년 CNN 뉴스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함께 작업하게 되겠지만, 아직 발표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봉 감독이 그렇게 말하더군요. 내가 극본을 쓰고, 연출하고, 제작해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그러니 참고 기다려 달라고 말이죠.”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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