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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몸 손 세정제, 2분이면 만든다…약국서 에탄올 품절사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손 세정제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11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약국에서 '손 세정제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붙여 놓았다. 이우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손 세정제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11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약국에서 '손 세정제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붙여 놓았다. 이우림 기자.

“손 소독제 있습니다.”

11일 서울 관악구의 한 약국 앞에 붙은 문구다. 약국 안으로 들어가 보니 50mL와 500mL 세정제 두 종류가 매대에 놓여있었다. 일부 약국에서 홍보 문구를 붙일 정도로 손 세정제를 팔고 있는 곳은 찾기 드물었다. 약사 최모씨는 “마스크의 경우 그나마 황사 때문에 미리 사둔 사람들이 있는데 손 세정제는 정말 품귀다. 하루에 20개 정도를 간신히 가져다 놓지만 한창 몰릴 때는 찾는 손님이 하루에 100분 이상 됐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여파로 인해 손 세정제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일부 시민들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에탄올과 정제수, 글리세린을 이용해 직접 손 세정제를 만드는 방법이다. 실제 SNS와 유튜브에는 ‘직접 만드는 DIY(Do It Yourself) 손 세정제’란 제목의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왔다. 약사가 직접 나와 손 세정제 만드는 유튜브 영상은 5만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게시글에서 소개하는 손 세정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소독용 에탄올과 정제수, 글리세린과 공병을 준비한 뒤 에탄올과 정제수 비율을 8대 2로 맞춰 섞어준다. 이후 손에 보습 효과를 주는 글리세린을 5mL 정도 섞어주면 된다. 걸리는 시간은 채 2분이 되지 않는다.

6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남부초등학교에서 등교하는 어린이들이 손 세정제로 손을 씻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남부초등학교에서 등교하는 어린이들이 손 세정제로 손을 씻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약사들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DIY 열풍이 분 이유 중 하나는 가격적인 면도 있다고 말한다. 1000원짜리 에탄올(250mL) 2병과 800원짜리 글리세린(100g) 1병, 1500원짜리 정제수(1L)만 있으면 4300원에 손 세정제를 만들 수 있다. 500mL에 1만 2000원에 판매되는 상품의 3분의 1 정도 가격이다.

직접 만들어 쓰는 손 세정제가 입소문을 타면서 약국에선 에탄올과 정제수, 글리세린 품절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약국에선 “너무 늦게 왔다. 이미 많은 분이 사가서 에탄올과 글리세린, 정제수 모두 품절이다. 언제 입고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주변에 있는 약국 5곳을 방문했으나 에탄올은 전부 품절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 분분 

하지만 만들어 쓰는 손 세정제의 효과를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대한약사회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대한 약사회는 “감염증 확산 예방을 위한 긴급 조치로서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손 세정제의 자가 제조방법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하기로 했다”면서 “정확한 제조방법은 약국을 통해 문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일선 약국에선 “소비자가 만들어 쓴다는데 효과에 대한 부분은 잘 모르겠다”는 의견과 “손 세정제 주요 성분이 알코올이다. 직접 만들어 써도 무방하다“는 입장이 나뉘었다.

한편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들어 쓰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만들어서 쓰는 것 중 일부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비율이나 만드는 과정에서의 오염 가능성을 고려하면 시판되는 손 세정제와 효력이 똑같을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오죽 불안하면 국민이 직접 만들어 쓰겠냐.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식약처나 정부 당국이 나서서 시장의 수요에 맞게 물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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