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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엔 견본주택 못보고 집살 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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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0일 대구시 두류동 ‘청라힐스자이’ 아파트 견본주택에 관람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청라힐스자이 견본주택 오픈은 인허가 일정이 늦어져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쳐 부득이하게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10일 대구시 두류동 ‘청라힐스자이’ 아파트 견본주택에 관람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청라힐스자이 견본주택 오픈은 인허가 일정이 늦어져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쳐 부득이하게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아파트 분양시장까지 덮쳤다. 봄 분양시장 개장 준비가 한창일 때인데 분양 일정을 미루거나 아예 견본주택 문을 닫는 상황이다. 견본주택 대신 사이버 견본주택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2월은 1만9134가구 분양 성수기 #신종코로나로 방문객 감염 우려 #업체, 사이버 견본주택으로 대체 #아예 분양 일정 자체 연기하기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했을 때도 견본주택 방문객은 별반 줄어들지 않았다. 분양전문업체인 내외주건 김정아 상무는 “메르스보다 치사율이 떨어지지만 전염성이 더 강하다고 하니 우려되고, 문을 열어도 방문객이 올 것 같지 않아 고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개 2월 말에서 3월은 분양시장에 큰 장이 열리는 성수기다. 추위가 꺾이면서 건설업체들이 견본주택을 단장하고 본격적으로 분양을 시작하는 시기다. 올해는 이전보다 더 큰 장이 설 예정이었다. 지난달 청약 업무가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분양하지 못한 물량이 이번 달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부동산서비스업체인 직방에 따르면 이번 달 전국에서 1만9134가구가 분양 예정이었다. 일반분양만 1만5465가구다. 지난해 2월보다 90% 이상 많은 물량이다. 전체 분양예정물량의 54%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대우건설·SK건설은 경기도 수원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견본주택 문을 열지 않기로 했다. 이미 견본주택 단장을 마쳤지만, 방문객 간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이 커서다. 대신 14일부터 사이버 견본주택만 운영하기로 했다.

중흥건설도 오는 14일 경기도 위례신도시 중흥 S-클래스 견본주택을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닫기로 했다. 대신 사이버 견본주택을 운영한다. GS건설도 경기도 과천시 제이드자이 견본주택을 온라인으로만 운영한다.

아예 분양을 미루기도 한다. 현대건설은 이달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예정이었던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청약을 미룰 계획이다. GS건설도 지난 7일 견본주택 문을 열 예정이었던 대구 남산동 청라힐스자이 분양일정을 21일로 연기했다. 롯데건설도 전남 여수시 웅천 롯데캐슬 마리나 분양 일정을 이달 말로 미뤘다.

업계에선 신종 코로나 여파로 봄 분양시장 기대가 한풀 꺾였다. 올해부터 한국감정원의 청약시스템인 ‘청약홈’이 도입되면서 청약이 쉬워져 이에 따른 기대감이 있었지만, 되레 부진한 청약 성적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약홈에선 세대원을 등록하고 정보 제공 동의 절차만 거치면 해당 아파트에 청약 자격이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이전에는 신청자가 청약 자격 요건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잘못된 정보 입력으로 당첨이 취소되기도 했다. 청약 단계도 10단계에서 5단계로 줄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분양 일정을 연기하기도 쉽지 않다. 대개 아파트 사업비는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으로, 이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사이버 견본주택만 운영하기도 부담이다. 아파트를 짓기 전에 선분양하는 국내 분양시장에선 견본주택 외엔 분양받을 아파트를 미리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사이버 견본주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입체영상(3D)으로 평면도를 만들고 공간 제약이 없는 만큼 다양한 주택형의 평면도를 선보인다. 부동산개발업체인 한국대토개발 최순웅 대표는 “영상 등 자료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면적이나 구조 등을 직접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어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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