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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크루즈선 확진 70명…“3차 감염 일어났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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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탑승객 70명이 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로 밝혀졌다. [EPA=연합뉴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탑승객 70명이 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로 밝혀졌다. [EPA=연합뉴스]

일본 요코하마(横濱)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 탑승한 한국인이 총 14명으로 확인됐다. 9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크루즈선에 탑승 중인 한국인은 승객 9명과 선원 5명으로, 현재까지 건강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상태다.

승객 80% 60대 이상, 90대 11명 #한국인 14명은 건강 이상 없어

주일 한국대사관이 선사를 통해 접촉한 결과 이들은 “언제쯤 나갈 수 있는 건지 몰라 답답하다” “배에서 나가면 집에는 곧바로 갈 수 있는 건가” 등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탑승객들이 “배에서 꺼내 달라”고 요구하진 않았다고 한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보건규칙(IHR)에 따라 관할국의 검역 조치에 협조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탑승객들이 부두에 정박한 배 갑판에서 손을 흔들며 ‘의약품이 부족하다’ 고 쓴 일장기를 걸었다. [AP=연합뉴스]

이날 탑승객들이 부두에 정박한 배 갑판에서 손을 흔들며 ‘의약품이 부족하다’ 고 쓴 일장기를 걸었다. [AP=연합뉴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로이터통신에 “미국 측도 최종적으로는 현 상황에서 일본의 대응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국적 승객도 일본인 승객과 함께 계속해서 (선내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크루즈선 감염자가 9일 추가로 6명 늘어난 70명으로 확인되면서 “구출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날 방역복을 입은 승선원이 배를 살피고 있다. [AP=연합뉴스]

같은 날 방역복을 입은 승선원이 배를 살피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내와 함께 크루즈선에 탑승한 영국인 데이비드 에이블은 8일 BBC방송에 “영국 정부는 배나 비행기를 파견해서 우리를 데려가 주길 바란다”며 “배 안에서 감정을 악화시킬 거라면 영국에서 관리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호소했다. 크루즈선에는 약 3600명이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을 하고 있다. 승객들 사이에선 “나도 감염된 것 아니냐” “의심자뿐 아니라 승객 전원을 검사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창문이 없는 객실 승객들은 17㎡(약 5평)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의 위험성도 제기하고 있다.

크루즈선 승객 80%가 60대 이상으로, 90대도 11명이나 있다. 승객 중엔 당뇨병·고혈압 등 지병이 있어 약 부족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9일 오전 500명분의 의약품을 선내로 반입했다. 가토 장관은 “헬리콥터를 활용해 약을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60대 여성은 “남편이 7일 밤부터 가끔 열이 38도를 넘어 의사의 진료를 받고 싶다고 연락했지만, 아직도 약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NHK는 보도했다. 구도 고이치로(工藤宏一郎) 전 국립국제의료센터 국제치병센터장은 요미우리신문에 “배 안에서 3차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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