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주지사 '이상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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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소환선거(7일)를 하루 앞두고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바짝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슈워제네거는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크루즈 부스타만테 현 캘리포니아주 부지사(민주당)를 멀찍이 제치고 한달 가까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지난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0%가 "슈워제네거를 찍겠다"고 응답, 32%를 얻은 부스타만테를 8%포인트 차로 앞섰다. 더 최근인 3일 여론조사 기관 필드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슈워제네거 36%, 부스타만테 26%로 격차는 더 커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선거는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며 "그레이 데이비스 현 주지사가 소환되고 공화당 후보인 슈워제네거가 당선하면 민주당의 텃밭이던 캘리포니아의 정치지형이 바뀐다"고 5일 보도했다.

그러나 막판에 가까워오면서 잇따라 폭로되는 성희롱 추문이 슈워제너거를 궁지로 모는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난 2일 "슈워제네거가 영화사 직원.보디빌더 등 여성 6명을 성희롱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4일에도 "CNN 인턴사원을 비롯해 여성 3명이 추가로 성희롱당한 사실을 폭로, 슈워제너거로 인한 성희롱 피해 여성이 11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1988년 슈워제네거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트윈스'의 촬영장 휴식장소로 이용되던 트레일러 안에서 속옷만 걸친 상태에서 이 영화의 여성 조감독을 침대로 끌어당겼고, 80년대 초에는 계단에서 마주친 스물세살의 CNN 인턴사원의 엉덩이를 움켜쥔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데이비스 현 지사는 "사실이라면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자신의 지시로 사건을 공식 조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도 "슈워제네거는 무자격자"라고 비난했다.

슈워제네거는 "과거에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나는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며 "상대 후보들이 사실을 부풀려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4일 현지 한 여론조사에서는 68%가 '과거 성희롱에 대한 슈워제네거의 사과를 수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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