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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원칙 깨고 확진자 동선 공개···'주민 알권리' 내세운 지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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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에서 한 관계자가 입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 쇼핑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번째 확진자가 머물렀던 곳으로 확인돼 이날까지 임시 휴점한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에서 한 관계자가 입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 쇼핑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번째 확진자가 머물렀던 곳으로 확인돼 이날까지 임시 휴점한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번 확진자가 서울 송파구 거주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 6일. 송파구청에는 확진자의 동선과 아파트명 등을 공개하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송파구는 “감염병 관리지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를 통해서만 정보를 전달받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경기 구리시 등 다른 지역은 (확진자의) 동선을 먼저 공개했는데, 왜 송파구는 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신종 코로나 국내 확진자가 24명으로 늘면서, 확진자 정보와 동선을 둘러싼 방역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혼선 방지를 위한 질병관리본부(질본)의 발표 원칙에도, 경기도 구리 등 일부 지자체가 ‘주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확진자 발생 뒤 질본 발표 원칙에 따라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 서울 송파구와 서대문구에는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이 지난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이 지난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자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주민들의 정보 공유에 대한 욕구나 요구가 많아 (지자체가 미리 정보를 공개하는)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자체가 정보를 따로 독자적으로 공개함으로써 혼선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협조가 매우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에 이러한 지침을 명확하게 다시 한번 안내해 협조 요청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지금 이 질환은 1급 감염병으로 ‘질본이 이 부분에 대한 전체적인 통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법(감염병예방법 34조)에 규정돼 있다”며 “방역당국을 신뢰하고 방역대책본부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른 발표를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는 질본에서 파견하는 신속대응팀과 즉각대응팀, 지자체 인력이 함께 진행한다. 환자 당사자의 기억에 신용카드 사용기록과 폐쇄회로TV(CCTV) 등 관련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과정에서 질본 대응팀의 조사가 완료되기 전 지자체 인력이 조사한 내용을 먼저 발표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지난 5일 질본 브리핑에서 17번 환자의 동선에 대한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다고 발표할 때 경기도 구리시장이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서 17번 환자의 동선을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질본의 발표와 지자체가 공개한 정보의 내용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는 데 있다. 경기 평택시는 지난달 28일 4번 환자의 접촉자가 96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시간 뒤 방역대책본부는 접촉자수를 172명으로 정정했다. 확진자가 항공기와 공항버스에서 접촉한 사람까지 포함해서다.

 그럼에도 지자체장은 신속한 정보 공개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최근 “(환자 정보가) 실시간 발표되고 공유되지 않으면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게 되고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큰 문제를 노출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지난 4일 상황점검회의에서 “기초 지자체는 확진환자 동선 공개 권한도, 역학조사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며 “기초지자체에 이러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으면 지역사회 감염병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시는 15번 환자의 거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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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동선 공개는 신속하고 정확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일부 지자체장이 공개하든 환자가 지나간 곳을 다 공개하면 2차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는 데다 합리적이지 않고 과학적이나 공익적으로도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자체의 역학조사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확한 조사를 통한 정보 공개는 질본만이 가능하다”며 “질본의 동선 공개 기준은 증상 발생 하루전 동선을 공개하는 세계보건기구(WHO)과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현옥ㆍ김현예 기자 hyunock@joongang.co.kr

자가격리대상자 가족·동거인 생활수칙.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자가격리대상자 가족·동거인 생활수칙.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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