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실패 알고도 트럼프 반란표 던진 롬니 "역사 두려워해야" 울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현지시간) 탄핵 표결을 앞두고 상원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의 표정이 어둡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탄핵 표결을 앞두고 상원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의 표정이 어둡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상원 투표에서 반대 52대 찬성 48표로 탄핵의 굴레를 벗었다. 상원의 공화당 소속 의원 숫자는 53. 유일하게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 반란을 일으킨 인물이 밋 롬니 의원이다. 롬니는 반(反) 트럼프 진영의 영웅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롬니 의원은 공화당에서 외로운 목소리를 냄으로써 역사에 자신의 발자국을 뚜렷이 남겼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롬니에 대해 “고독한 남자”라며 “한때 공화당과 자신을 동일시 했던 롬니가 당에 반기를 들고 나섰고,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전역에선 밋 롬니 공화당 의원에 대한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롬니, 고맙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나온 시민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전역에선 밋 롬니 공화당 의원에 대한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롬니, 고맙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나온 시민의 모습. [AP=연합뉴스]

롬니 의원은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재선 레이스에 나섰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적수로 나섰던 인물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가정에 충실하며 보수적 신념에 투철한 정통 공화당원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당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됐다. 파괴력은 크지 않지만 ‘점잖은 보수’로서 모든 특징을 갖춘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그가 이례적으로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던 인물이 있으니, 트럼프다. 2016년 대선에 트럼프가 후보로 출마하자 롬니는 “사기꾼”이라며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역시 “엄청난 멍청이”라며 “대선에 졌던 후보가 날 비난할 자격 따윈 없다”고 반격했다. 그 대선에서 롬니는 “내 아내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마 민주당 후보를 찍을 순 없고 그렇다고 트럼프에게 한 표를 주기도 싫으니 의도적으로 사표(死票)를 만들었다는 의미였다.

롬니 의원은 그러나 과거의 악연 때문에 트럼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게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 트럼프가 국가원수로서의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정적(政敵)을 공격하려 했다는 의혹은 대통령으로서 탄핵되어야 마땅하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롬니는 5일 표결 전 주어진 연설 기회에서도 “트럼프의 혐의는 매우 심각하다”며 “탄핵 소추안에서 배심원 격인 우리 상원의원들이 헌법의 의무에 등을 돌린다면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며, 양심의 가책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약 3~4초간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밋 롬니 의원이 공화당 내 유일한 트럼프 탄핵 찬성 표를 던지기 직전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한때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EPA=연합뉴스]

밋 롬니 의원이 공화당 내 유일한 트럼프 탄핵 찬성 표를 던지기 직전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한때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EPA=연합뉴스]

결국 롬니의 반란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그는 공화당 밖에선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당내에선 반역자 낙인이 찍혔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비난에 나섰다. 트럼프는 5일 "롬니가 (나를 탄핵하기 위해 쏟았던) 에너지를 오바마와의 대결에 쏟았다면 대선에서 이겼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공화당내에선 롬니 출당 주장까지 나온다. 제명 여부에 대해 공화당 소속 미치 맥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롬니의 행동은) 실망스러웠다”면서도 “국민을 위해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남아있다”고 반대의 뜻을 넌지시 밝혔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