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일본 유엔가입 저지 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경=방인철특파원】한국은 56년 11월 대만에 대해 일본의 유엔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토록 촉구했으며, 일본은 한국의 휴전회담 및 전후 한국복구에 참여를 희망했으나 이승만 당시 대통령과 미국의 반대로 좌절된 사실 등이 15일 공개된 일본외무성 외교문서(52∼58년 분)에서 밝혀졌다.
한국의 전후 건설 및 일본의 국제사회 복귀와 관련한 일본측 내부자료가 담긴 이 외교문서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군철수=미국은 휴전협정체결 1개월 후인 53년 8월 모든 외국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한다는데 공산권이 찬성한다는 조건으로 미군을 철수할 용의가 있다고 일본측에 밝혔다.
당시 주미 대사의 보고에 따르면 로버트슨 미 국무차관보(당시)는 53년 8월 19일 한반도 문제에 언급, 『한미상호 방위조약상의 미군 주둔 조항은 미국의 권리를 규정한 것으로 반드시 지켜야할 필요는 없다』면서 『공산 측이 모든 외국군 철수에 동의한다면 미국은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해 미군철수 용의를 분명히 했다.
▲한국군 통수권=휴전협정 마지막 단계인 53년 7월 2일 시마쓰(도진) 뉴욕주재 일본 총영사는 『한국군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승만 대통령을 정리해 버릴 수 있다』고 보고해 왔다.
시마쓰 총영사는 정보제공자를 밝히지 않은 채 미국의 전망이라고만 밝힌 극비전문에서 이같이 보고하고 그 같은 추측의 근거로 이 대통령은 지나치게 친미적이라는 이유로 당시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를 면직시키겠다는 의사를 비쳤으나 그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유엔가입=이승만 대통령은 일본의 유엔가입이 이뤄지기 1개월 전인 56년 11월 당시 상임이사국이던 대만에 일본의 가입을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대만주재 일본대사는 11월 5일자 극비전문에서 엽공초 대만외교부장으로부터 들은 비밀이야기라며 『이 대통령이 일본의 유엔가입에 반대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대북 주재 한국대사도 5차례에 걸쳐 같은 요청을 해왔으나 거절했다』면서 『미국에도 한국을 억제해 주도록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고했다.
▲일본의 한국전쟁 관여=일본은 휴전회담·전후 한국복구 참여를 희망했으나 휴전회담 참가는 미국의 반대로, 전후 부흥계획 참가는 이승만 대통령의 반대로 각각 좌절됐다.
▲한반도 통일방안=일 외무성은 53년 8월 남북한이 주장하는 통일헌법과 연방제를 포함한 다각적 통일방안을 검토했다.
7월의 휴전협정 체결 후 남북한간에 열리기로 했던 「고위정치회담」에 대비한 이 방안은 연방국가·국가연합·공동헌법·총선거 등 10개의 통일방안을 담은 내부자료로 준비되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