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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두”가 ‘출마’로 들린다···'靑·檢 전쟁' 한복판 뛰어든 임종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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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중앙포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중앙포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국 한복판에 자진 등판했다. 청와대의 울산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30일 오전 출석하겠다”고 29일 공개 통보하면서다. 임 전 실장은 선을 긋고 있지만 당장 정치권에서는 “정계 복귀 신호탄”이라는 관측이다. 총선을 앞두고 청-검 정면충돌에 임 전 실장이 총대를 멨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의자'의 윤석열 공개 비판

임 전 실장은 검찰에 나가겠다는 결심을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지난해 11월 17일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뒤 처음 올린 공개 글이다. “비공개로 다녀오라는 만류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의 모든 과정을 공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스스로 “피의자 신분”임을 적시했다. 민주당 요구로 지난해 검찰은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했다. 기소선상에 올라 있는 검찰 소환자가 출두 일정을 나서서 밝히는 일은 이례적이다.

임 전 실장의 측근은 이에 대해 “검찰이 소환일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통지서를 보내는 등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 잘못된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을 선임해 소환 일정을 조율한 뒤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설명이다.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울산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송두리째 비판했다. “정치적 목적”, “짜맞추기”, “엉뚱한 그림”, “별건 수사” 등을 거론하며 본인이 무혐의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다섯 차례 언급한 임 전 실장은 “검찰총장의 태도에서 최소한의 객관성도 공정성도 찾아볼 수 없다”, “과연 무엇이 나오는지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 등 날 선 표현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정치권에서는 “ 일부러 ‘공개 출석’ 카드를 택한 건 '검찰의 무리한 수사 vs 공권력에 탄압받는 피해자'라는 구도로 현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와야"

임종석 정강정책 연설 [YTN 캡처]

임종석 정강정책 연설 [YTN 캡처]

최근 민주당은 임 전 실장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1일 임 전 실장이 민주당 총선 정강·정책 방송 첫 연설자로 나서면서 그의 정계 복귀 가능성이 현실화했고, 설 연휴 이후 더 커진 상황이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상호 의원이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한 ‘오세훈 대항마’ 주장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날  “(임 전 실장은) 광진을이다. 우리가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十)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시고 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민주당 지도부는 임 전 실장을 향한 러브콜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해찬 대표가 지난 16일 임 전 실장을 따로 만나 직접 출마 요청을 하고 공개적으로 “모시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빠지고 오세훈 전 시장이 광진(을)에서 강세를 보인다”며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넣어서 조사해 봤더니 여유 있게 이기는 것으로 나오는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불출마) 번복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고민이 있을 텐데, (그래도) 출마했으면 좋겠다”라고도 했다.

임 전 실장 본인은 여전히 “불출마 뜻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달 초 민주당 의원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복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임 전 실장 측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고민은 늘 깊다. 총선 출마와는 또 다른 역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임종석 출마에 대해선 신중론도 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지역구 한 곳(광진을)에서 이기겠다고 (임 전 실장을) 데려왔다가 당 전체가 '386 심판론'에 휘말리면 더 낭패 아니겠냐”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임종석씨, 할 말 있으면 언론이 아니라 검사에게 하시라”고 적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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