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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쓰던 건 좀…” 우한폐렴, 공유경제 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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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카카오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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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을 계획했던 대학생 이나영(24)씨는 글로벌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를 통해 이번 주말에 예약한 숙박을 취소할까 생각 중이다.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을 숙박하며 사용하는 ‘공유’ 서비스가 안전할지 찜찜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에어비앤비는 주인이 직접 청소하니까 소독이 잘 됐을지 사실 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험대 오른 공유경제 업체들 #킥보드 업체들 매일 알코올 소독 #공유주방, 발열체크·손씻기 강화 #모빌리티, 승객에게 무료 마스크 #“언젠간 겪어야 할 성장통” 반응도

이씨 같은 소비자들의 우려가 잇따르자, 글로벌 공유숙박 업체 에어비앤비는 본사 차원에서 우한폐렴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전통 산업을 뒤흔들며 급성장한 ‘공유경제’ 모델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다.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유독 빠른 데다 감염 경로도 불분명하자, 남이 쓰던 물건이나 장소를 공유하는 소비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소유 대신 공유’를 외쳐온 비즈니스 모델의 위기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사람 손이 닿는 물건을 여럿이 함께 쓰는 서비스들이 가장 노심초사다. 공유 킥보드업체킥고잉·고고씽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책’을 발표했다. 현장 관리 인력을 확충해 서비스 종료 후 킥보드를 일괄 수거해 소독하고, 사용자 접촉이 많은 핸들과 브레이크·단말기 부분을 수시로 소독하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우한 폐렴에 비상 걸린 ‘공유경제’. 그래픽=신재민 기자

우한 폐렴에 비상 걸린 ‘공유경제’. 그래픽=신재민 기자

하지만 평소 전동킥보드를 애용한다는 이모(29)씨는 “소독된 킥보드라고 해도 불안해 손을 물에 씻고 나야 좀 안심이 될 것 같다”며 우려했다.

집기와 조리 공간을 공유하는 공간 비즈니스로 급속히 확산 중인 공유주방도 방어에 나섰다. 공유주방 위쿡의 정고운 팀장은 “기존에도 식약처 관리·감독하에 전문 식품안전팀이 위생을 관리해왔지만, 복병을 만난 만큼 경계를 강화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히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위쿡은 매니저가 일대일로 주방을 이용하는 메이커(조리사)들에게 붙어 ▶입실 전 발열 체크 ▶전신 알코올 분무 ▶일정 시간 경과 시 손 씻기 ▶공용시설 전체 알코올 소독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면 접촉이 많은 모빌리티 업계 역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카쉐어링 업체 쏘카는 29일 1만2000여 대의 모든 보유 차량을 정기 세차한 뒤 2차로 소독제 세차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량 한 대를 최초 30분, 이후 10분 단위로 여러 사람이 빌려 쓰는 카쉐어링은 대표적인 글로벌 공유경제 모델이다.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도 드라이버의 손 세정을 의무화하고 수시로 발열 체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T 택시와 카카오T 대리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황선영 팀장은 “승객을 직접 만나는 택시 기사들에게 먼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제를 비치하도록 공지했다”며 “후속 방안도 검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공유경제의 확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유경제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언젠가는 겪어야 할 성장통 중 하나라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유경제 스타트업 창업자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한 폐렴과 관련된 이슈에 휘말리게 된다면 기업 평판이 크게 나빠질 것”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에는 치명적인 만큼 회사 위기관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전문’ 음식점들이 모여 주방을 공유하는 고스트키친 관계자는 “이용하는 업주별로 칸막이와 출입구가 분리된 ‘개별주방’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비교적 덜 위험하다”며 “외부 접촉이 없는 배달음식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어 오히려 (우한폐렴 확산 전인) 12월 대비 1월 주당 매출이 20% 증가했다”고도 말했다.

박민제·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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