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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영 ‘하위 20%’ 22명 개별통지…거론 의원들 “난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이 의원평가 결과 ‘하위 20%’에 속한 22명에게 28일 개별 통지를 했다. 직접 전화를 걸어 해당 의원들에게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밀봉해온 ‘물갈이’ 명단을 당사자에게만 개봉한 셈이다.

하위 20%, 공천 탈락 아니지만 #공천 심사 점수에서 20% 감점 #민주·한국, 허위명단 ‘지라시’ 돌아 #“선거질서 교란 단호히 대응할 것”

물론 하위 20%에 들었다고 바로 공천탈락은 아니다. 하지만 불이익이 크다. 민주당의 지역구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룰에 따르면 하위 20%에 속한 의원은 공천 심사 점수에서 20%를 감산(減算)한다. 청년·여성 등은 최대 25%, 신인은 최대 20% 가산(加算)하는데, 하위 20% 의원이 이러한 후보와 맞붙을 경우 최대 45%의 간격이 생긴다. 지난 2016년 총선 때와 달리 공천 배제(컷오프)까진 아니지만, 하위 20%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살생부’에 적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명단을 당사자 외엔 대외비로 하기로 했다. 하위 20%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20%감산점 말고도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해서다. 그러나 지난 20일부터 ‘지라시’ 형태로 하위 20% 의원 리스트가 나돌고 있어 민주당은 종일 어수선했다. 지라시에 거론됐던 의원실은 일단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다선의 A 의원은 “원 위원장이 난 아니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B 의원도 “난 아니다. 유도심문하지 말라”고 했고, C 의원은 “원 위원장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몇몇 의원실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더라도, 경선 국면에서 상대 후보가 지라시에 이름이 오른 것을 흑색 선전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하위 20%에 들어갔을 리 없지만, 설사 이름이 오르더라도 경선은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하위 20% 명단을 퍼뜨리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천 때 기승을 부리는 ‘지라시 정치’는 자유한국당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해 10월 전국 당협위원장(지역구 관리책임자)을 대상으로 공천기초 자료가 될 당무감사를 벌였다. 역시 결과는 비공개인데도 설 연휴(24~27일) 기간 국회 보좌진 사이 TK(대구·경북) 지역 ‘당무감사 하위 명단’이라는 지라시가 돌았다. 의원 10여명의 명단이 SNS 등으로 퍼지면서 거명된 의원실이 발칵 뒤집혔다. 지라시에 나온 의원들은 “허위 정보” “의도적 비방”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당 관계자는 “SNS를 통해 유통 속도가 빨라지니 지라시가 더 기승”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공관위는 “최근 온라인상의 허위 명단 배포는 후보자와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선거질서를 어지럽히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위반인 만큼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법적으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일훈·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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