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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가 불기소한 사건도 고소인이 법원에 재정 신청 가능

중앙일보

입력

오는 2월 서울고법에 생기는 재정전담부가 기존엔 하지 않던 ‘새 사건’도 맡는다.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 공수처법에 따른 재정 사건도 법원에서 담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막 출범한 재정전담부가 올 4월 국회의원 총선과 7월 공수처법 시행 이후 어떤 재정사건을 맡게 될지 법원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 22일 바뀐 서울고법 내규에 따르면 재정전담부는 형사소송법 제260조나 특별법에 따라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신청한 재정사건을 맡게 된다. 그동안 재정사건을 처리해온 재판부가 해오던 것과 비슷하지만 공수처법에 따른 재정신청이 명시됐다. 재정전담부 담당 사건에 포함된 특별법은 ▶공수처법 ▶공직선거법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5ㆍ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례법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이다. 이 법에 따라 재정신청이 있으면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검찰ㆍ공수처 모두 견제 대상

공수처법 제29조와 제30조는 각각 고소ㆍ고발인의 재정신청에 대한 내용과 공수처장이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전반에 대한 수사권은 갖지만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기소권은 한정돼있다.

공수처 기소 대상은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이다. 공수처법 제29조는 "고소ㆍ고발인은 수사처 검사로부터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지를 받은 때에는 서울고등법원에 그 당부에 관한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공수처가 이들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면 고소ㆍ고발인은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고, 고법은 이를 심리해 인용하거나 기각해야 한다.

공수처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이 ‘기소심의위원회’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기소심의위는 공수처 기소권 견제를 이유로 지난해 말 공수처법 통과 당시 논의는 됐지만 최종 통과 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견제라는 공수처 도입 취지도 살리면서 공수처의 불기소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공수처에서 검찰에 넘긴 사건 역시 재정신청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수처법은 공수처 기소대상이 아닌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한 경우 그 서류와 증거물을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에게 보내도록 한다. 대통령, 헌법재판소장 및 헌재재판관, 국무총리 등의 고위공직자가 대상이다. 사건을 받은 검찰이 이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하면 공수처장은 관할 검찰청을 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공수처법 통과 당시 고소ㆍ고발 당사자가 아닌 공수처장이 재정신청을 할 수 있게 한 점에 대해 논란이 일었지만 법안은 통과됐다. 검찰 출신 이완규 변호사는 "공수처장이 재정신청을 할 수 있게 한 현 제도는 피해자가 권리를 구제한다는 제도 본질에 반하는 것"이라며 "법안은 통과됐지만 제대로 시행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법 적용 대상이 고위공직자에 한정되는 만큼 이들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을 맡은 법원 판단이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변호사는 "결국 재정 인용 여부 판단이 법원으로 모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일본의 시민 참여 기소심의위나 미국 대배심제 성격의 보완책이 명기 됐더라면 법원의 부담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고발 건도 재정전담부에

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도 재정전담부가 맡는다. 기존에도 검찰이 선거법 위반 사건을 불기소처분하면 관할 선관위원장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었다. 과거에는 행정1~10부와 민사항고부 1부에서 선관위 신청 재정 사건을 담당했다면 이제는 전담부에서 담당하게 되는 것이 차이점이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검찰이 불기소한 현역 의원 2명에 대해 2016년 10월 선관위가 재정신청을 했다. 춘천시 선관위가 서울고법에 낸 김진태 의원 재정 사건과 영월군 선관위가 염동열 의원에 대해 낸 재정 신청이다.

김 의원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25부에서, 염 의원 사건은 고법 형사27부에서 심리해 2017년 2월 두 사건 모두 인용 결정이 났다. 법원 결정으로 두 의원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지만 사건 결과는 달랐다. 김 의원은 1심 유죄, 2심 무죄를 받아 2018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염 의원은 1ㆍ2심에서 벌금 80만원 형을 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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