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교폰데열" 여성에 접근해 돈 빌리고 잠적한 토종 한국인 검거

중앙일보

입력

사기 행각을 벌인 김씨를 경찰에 신고한 여성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수배 전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기 행각을 벌인 김씨를 경찰에 신고한 여성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수배 전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미국 교포인 체하며 길거리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상습적으로 돈을 꾸고 갚지 않은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검거된 39살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지하철 등지에서 "미국 교포인데 차비가 없다"며 돈을 꾸고 갚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접수된 피해자만 14명이고 이들이 입은 피해 금액은 150만원을 웃돈다고 경찰은 전했다. 평균 10여만원을 빌려주고 못 받은 셈이다.

김씨는 주로 20대 여성에게 접근해 어눌한 말투로 교포인 체를 했다. 캐리어를 끌며 "뉴욕에서 왔는데 여행을 하다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호소하는 식이다. 이메일 주소를 건네며 계좌번호를 알려주시면 돈을 꼭 갚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런 김씨의 범죄 행각은 피해 여성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리며 덜미를 잡혔다. 김씨에게 건네받은 이메일 주소를 검색하자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수십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에게 사기를 당한 여성들이 SNS에 올린 사연. [페이스북 '서울 지하철 대신 전해드립니다' ]

김씨에게 사기를 당한 여성들이 SNS에 올린 사연. [페이스북 '서울 지하철 대신 전해드립니다' ]

경찰은 피해 여성 14명의 신고를 접수하고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지난 21일 밤 사당역 인근에서 김씨를 검거해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해외출국 경험이 없다"며 "2018년 5월에도 같은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2019년 1월에 출소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출소 후 살길이 막막했는데 같은 수법이 여전히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정은혜·석경민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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