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4·15 총선 차출설이 확산하고 있다.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지 두 달 만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임 전 실장을 향한 ‘역할론’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사실상 정계 은퇴 의사를 밝혔다. 당시 민주당에선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심인 만큼 총선 불출마 의사가 확고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임 전 실장은 21일 민주당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젊은 날의 기여보다 사실 충분한 보상을 받았고 명예를 얻었다”며 정계 복귀 의사는 없음을 내비쳤다.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성환 의원 역시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의사가 바뀐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2일 "제가 당으로 모시려 한다"며 임종석 차출설을 아예 공식화했다. 이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이 정강정책 연설 방송을 한 것을 보면 정당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임 전 실장과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도 총선 출마를 요청했다고 한다.
특히 386그룹에 속하는 민주당 의원은 임 전 실장 정강정책 연설과 관련 "(양)정철이가 꼬셔서 한 것"이라며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그런 거라도 도와달라고 하니 안 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에 심각한 위기가 닥치고 구원 투수로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출마할 리가 없을 것 같다"면서도 "보수 통합 후 지지율이 역전돼서 전국적으로 여론조사를 돌려봤는데 가령 민주당이 100석도 어렵다, 이렇게 나오면 또 모르는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일각에선 임 전 실장이 민주당 정강정책 연설에 참여한 것 자체가 총선 출마를 위한 예열(豫熱)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은퇴 선언을 번복하는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의 간곡한 요청'을 앞세워 활동 범위를 넓히려 했다는 것이다.
임종석 출마와 맞물려 구체적 지역도 거론된다. 대표적으론 서울 광진을이다. 민주당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역구이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해부터 표밭을 다지고 있는 광진을과 관련 청와대 출신과 외부 인사 등을 포함해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를 돌렸음에도 임 전 실장 외에는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오 전 시장이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대권 후보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오세훈’이라는 변수를 제거하면서 동시에 텃밭 수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루려면 임종석 카드가 필수"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선 계속 설득을 할 테고 임 전 실장은 계속 고사를 하는 싸움이 2월까지 계속 이어질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현 정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임 전 실장이 결단을 내리지 않겠는가"라고 기대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