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음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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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음악'- 이성복(1952~ )

비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사적 공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공적 공간인 도로 위에서, 단지 자동차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의 시선을 무시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그래서 운전을 할 때 문득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있어야 할 곳에서 너무 멀리 와 있다는 자각 증세가 나타나면 나이가 든다는 징조다. 언제 어디서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라(수처작주.隨處作主)는 선가(禪家)의 가르침에서 우리는 얼마나 멀리 와 있는 것인가.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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