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선수입니다."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경기가 끝난 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플레잉코치인 리베로 여오현(42)에게 고마워했다. 이날 허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최태웅 감독은 "오늘 오전 허리 디스크가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걷기도 힘든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최 감독은 "사실 오늘 경기를 못 뛸 줄 알았는데 본인이 강한 의지를 보였다. 대단한 선수"라고 했다.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님에도 여오현은 이날 11개의 서브 리시브를 받고, 3개의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를 기록했다. 트레이드마크인 2단 토스도 세 차례 해냈다. 그러나 불편해 하는 모습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다행히 신예 리베로 구자혁이 교대로 들어가 여오현의 짐을 나눴다. 팀도 3-0 완승을 거두면서 선두권을 추격했다.
최태웅 감독은 여오현의 가장 큰 조력자이다. 현역 시절부터 함께 뛰었던 여오현에게 '45세 프로젝트'를 제시하며 선수생활 연장을 돕고 있다. 최 감독은 "여오현이 경기에 나가겠다고 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어린 선수들에게 지기 싫고, 상대팀에게도 지기 싫어서 그런 것 같다. 저 나이 때까지 할 수 있는 건 강한 정신력이 밑바탕이 된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여오현 코치의 마음가짐을 보고 다른 선수들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구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도 될 정도로 대단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향후 출전이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다. 최 감독은 "관리를 잘 하게 되면 자연소멸되기도 하지만 경기를 계속 뛰면 안 좋아질 수 있어 고민"이라며 "몸 상태를 계속 체크해야할 것 같다. 집중관리가 필요하다. 경기 출전 여부는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