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16. 극세사 섬유업체 은성코퍼레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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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승식 기자

극세사 섬유를 만드는 은성코퍼레이션의 서울 구로3동 본사 겸 공장엔 방문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시설이 있다. 반도체 공장에나 있을 법한 클린룸이다. 이곳에선 반도체 공장 클린룸을 깨끗이 관리하는 데 쓰이는 극세사 와이퍼를 만든다. 이 회사 이영규(48.사진 (右)) 대표이사는 "보푸라기나 먼지가 날리면 안되기 때문에 클린룸용 와이퍼는 반드시 클린룸 안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성은 극세사 섬유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일반 섬유를 특수 가공해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로 만드는 극세사 섬유는 흡수력이 면의 5배나 된다. 촉감이 부드럽고, 원형 회복 능력과 보온성.항균성이 뛰어나다. 은성은 청소용 클리너 등 제한적으로 쓰이던 이 섬유 용도를 가정.욕실용 및 스포츠.산업용으로 확대해 시장을 주도해왔다.

한양대 공대 출신으로 동양나일론과 중소 의류업체 등을 다녔던 이 대표는 1992년 창업 초기엔 여느 창업자처럼 많은 고생을 했다. 은행에서 2000만원을 빌려 시작했지만 반년 만에 바닥나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팔아 월급을 줘야 했다. 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의류 수출이 하강곡선을 그리던 당시 평범한 품목을 취급하다보니 치열한 가격경쟁을 배겨내기 어려웠다. 힘들게 회사를 꾸려가던 이 대표는 일본의 한 전시회에서 극세사 섬유로 만든 안경닦이 천을 보고 도약의 전기를 잡게 된다. "극세사 섬유로 가정.욕실용 제품을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그는 신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극세사로 행주.걸레 등을 만들어 바이어들에게 보내니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제품 개발만 하고 생산은 다른 회사에 맡기던 은성은 97년 경기도 부천에 공장을 지으면서 급격히 사세를 키웠다. 이 해 28억원이었던 매출이 다음해 88억원, 2001년 178억원으로 늘었다.

2000년 세계적 생활용품 회사인 미국 3M과 극세사 클리너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이듬해엔 일본 도레이.데이진 등을 제치고 이 분야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은성은 현재 세계 38개 국 시장을 뚫어 전체 매출의 70% 가량을 수출로 올리고 있다.

은성은 지난해 매출액이 소폭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환율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져 수출 채산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새 브랜드를 도입하느라 투자비용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됐다.

은성은 요즘 1000분의 1㎜ 굵기의 나노섬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노섬유는 조직이 치밀하고 강도가 높아 각종 필터와 2차전지 분리막, 인공피부, 방탄복, 인조가죽 등 산업.군사용으로 쓰임새가 많다. 이 대표는 "나노섬유로 산업용 섬유 사업 비중을 높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은성코퍼레이션 대표이사

1959년

글=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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