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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체제' 몰락 시발된 이탄희, 민주당 입당키로…지역구 뛰어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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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변호사가 민주당에 입당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주쯤 입당 사실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포토]

이탄희 변호사가 민주당에 입당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주쯤 입당 사실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포토]

‘양승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시발점이 된 이탄희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기로 했다. 판사 출신의 이 변호사는 지난해 말 민주당 인재영입 후보군으로 지목된 이후 민주당과 입당 조건을 두고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계속된 제안에도 처음엔 고사했으나 최근 마음이 바뀌어 민주당과 함께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르면 다음주 중 입당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비례대표보다는 지역구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법 개정으로 당선 가능한 비례대표 의석수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청년·여성·장애인 등 상위 순번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근무 때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에 항의의 뜻으로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사직서는 반려됐고 이 변호사는 당시 원소속인 수원지법으로 복귀했다. 이후 이 변호사의 법원행정처 발령 취소와 관련한 의혹이 일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작됐다.

이 변호사는 두 번의 사직 의사를 밝힌 끝에 지난해 2월 사표가 수리됐고 현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으로 활동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13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이번 판결이 사법개혁의 흐름에 장애가 된다면 그것은 대법원장의 무책임함, 20대 국회의 기능 실종이 빚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민주당 입당을 바라보는 법조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이 변호사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각종 폭로가 정계 입문을 위한 시도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전개과정을 잘 아는 한 부장판사는 “법조계에선 전부터 이 변호사가 비례 혹은 안정된 지역구를 두고 저울질 중이란 소문이 돌았다”며 “법원을 정치판으로 만들더니 이렇게 제 갈 길을 찾아가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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