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판문점 회동서 트럼프에 "제재 해제 집착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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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지난해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 회동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제재 해제를 위해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10일 전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자주의 기치, 자력부강의 진로 따라 전진해온 승리의 해'라는 제목의 김 위원장의 2019년 행적을 담은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영화는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회담하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띄우면서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우리가 선택한 길이 옳았으며 끝까지 가야 할 길임을 확증하시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며 하루빨리 진정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 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응해줄 수가 없으며 평화를 대화탁에서 구걸하거나 무엇과 바꿔 가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우리의 발전잠재력과 앞날에 대해 귀가 솔깃해질 말을 자꾸 꾸며대며 그 무슨 전제조건과 그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운운하는데 우리는 당신들이 말하는 대로 그 누구처럼 발전할 생각이 없다"며 "우리의 안전과 평화와 미래는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우리 당이 책임진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앞날은 우리가 선택하고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지 당신들이 보장해주고 가리켜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명백한 것은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또 "당신들이 강요해온 제재로 인한 우리 인민의 고통이 이제는 분노로 바뀌었다"며 "제재에도 해제에도 우리는 관심이 없으며 이제 더는 여기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존과 국력을 판 대가로 화려한 변신을 바라지 않으며 오직 우리의 힘으로 부흥의 앞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영상을 통해 북한은 올해 미국과 대치 국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생각이 없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영화는 지난해 2월 결렬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우리의 자주권과 권익을 옹호함에 있어서 단 한걸음의 양보도 모르신 최고 영도자 동지"라고 포장했다.

영화는 당시 김 위원장이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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