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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 부동산 공급 충분”...용산공원 ‘아파트 案’ 선 그어

중앙일보

입력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국립공원 관리기구인 프레시디오 트러스트의 윌리엄 그레이슨 이사회 회장(가운데), 진 프레이저 CEO를 만나 용산공원 조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국립공원 관리기구인 프레시디오 트러스트의 윌리엄 그레이슨 이사회 회장(가운데), 진 프레이저 CEO를 만나 용산공원 조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 부동산 공급은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용산공원 내 아파트 건설 계획에 선을 그었다.

미국 순방 중인 박 시장은 9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국립공원 관리기구인 프레시디오 트러스트의 윌리엄 그레이슨 이사회 회장, 진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와 공원 조성·운영 등에 관해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프레시디오 공원은 1776년부터 200년 정도 군사 기지로 사용됐으며 냉전시대가 끝나자 공원화를 추진해 국립공원으로 탈바꿈한 지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기존 군용 공원을 주거용·상업용·업무용 공간으로 개조, 임대해 매년 1억 달러 소득을 내고 있다. 박 시장은 군사기지를 성공적으로 공원화한 과정을 듣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녹지공원 만들자는 게 국민 생각”

박 시장은 용산공원 조성 방향에 관해 “용산공원은 100년 만에 국민에게 돌아오는 민족적 보물”이라며 “프레시디오 공원처럼 시민이 사랑할 수 있는 100년, 1000년의 귀한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숙의를 거쳐 어떤 공원으로 전환할지 정해야 한다”며 “용산공원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이 생겨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 비용 등을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부지 일부에 아파트를 지어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인지 묻자 박 시장은 “프레시디오는 미군이 쓴 막사 등을 활용하고 개발해 재원을 충당했지만 용산공원은 녹지 중심 공원으로 만들자는 게 국민 공감대”라며 “쓸모없는 공간은 없애고 가치가 있는 것을 보존하게 된다면 환경정화 비용 등은 정부에서 비롯돼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파트 단지 개발 등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셈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국립공원 전경. 200년 동안 군 기지로 쓰이다 국립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국립공원 전경. 200년 동안 군 기지로 쓰이다 국립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연합뉴스]

박 시장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부동산 국민 공유제’ 도입을 제안하며 서울시의 부동산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부동산 국민 공유제는 부동산 세입으로 부동산 공유기금을 조성한 뒤 이를 이용해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매입해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안이다.

꾸준히 ‘부동산 국민 공유제’ 주장 

이를 두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부동산 공급이 문제”라며 “박 시장이 실현성 낮은 얘기를 한다”고 지적하는 등 반론이 일자 서울시가 재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6일 서울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과장됐다”며 “주택 공급은 충분하지만 투기 수요 때문에 집값이 급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9일 박 시장이 미국 순방 인터뷰에서 용산공원 내 아파트 개발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것은 부동산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2월 23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제1기 용산공원 조성추진위를 구성했다. 용산공원 구역을 현 243만㎡에서 303만㎡로 약 60만㎡ 확장하고 국토교통부가 올해 안에 이를 반영한 용산공원 정비구역을 고시할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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