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1개월 전 취임 때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겠다는 것은 나의 신념"이라며 "어떤 부당한 외압도 용납하지 않는 튼튼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했다. 당시 '실세 정치인'이 정치권의 외압을 막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정치 장관'의 등장에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강정구 교수에 대한 구속 수사 여부를 놓고 천 장관은 불구속을 요구하며 사상 초유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결국 구속 수사를 주장하던 검찰을 대표해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취임 당시의 '튼튼한 울타리'가 또 다른 '외압'으로 작용한 셈이다.
"천 장관이 잠재적 대권 후보로서의 이름을 알리게 됐다"는 정치권의 평가가 뒤를 이었다. 이후 천 장관의 정치적 행보는 법무부의 각종 정책을 통해 나타났다.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일반 형사사건에서의 불구속 수사를 주문했다. "사실상 수사 지휘다"라는 불만이 검사들에게서 쏟아졌다.
올 2월에는 검찰의 과거사 정리.사형제 폐지 검토 등 자신의 의지가 담긴 80여 쪽짜리 장기전략계획안을 내놓았다. "향후 5년간에 걸쳐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들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장관의 권한을 넘어서는 정치적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말 법조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사람이 대법관이 돼야 한다"며 대법관 후보를 거명해 파문을 일으켰다. "장관이 사법부의 최고 인사 선정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마무리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올 6월 말 정치 복귀 시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는 '현존임명'(現存任命:현재 있는 자리에서 목숨을 건다)을 언급하며 장관직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당 복귀를 선언했다.
조만간 검찰은 또 다른 법무부 장관을 맞이한다. 자신의 경력에 한 줄을 보태려는 '철새 장관'이 아니라 검찰의 독립에 울타리가 되려는 인사의 발탁을 기대해 본다.
문병주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