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여당, 오만한 한나라 … 민심 질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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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의장(中) 등 열린우리당 주요 당직자들이 26일 밤 영등포 당사에서 재.보선 선거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中)가 26일 밤 염창동 당사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국회의원 재.보선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화갑 대표(右) 등 민주당 지도부가 26일 밤 여의도 당사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다 조순형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재.보선 전문당'으로 불리던 한나라당이 이번엔 졌다.

한나라당은 1997년 11월 창당 후 10차례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45전 36승 9패로 8할의 높은 승률을 보였다. 17대 총선 이후 열린 두 차례의 재.보선에선 10곳 중 9곳에서 이겼다. 2004년 이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당 간판으로 승리한 후보는 2005년 10월 공주-연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정진석(현 국민중심당) 의원뿐이다. 그런 만큼 한나라당은 서울 성북을 패배를 침통하게 받아들였다.

강재섭 대표는 26일 밤 성북을 패배가 확정된 뒤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부분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따뜻하고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겸손한 정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이 5.31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지 두 달도 안 돼 치러졌다. 당지지율은 40%를 넘어 다른 정당을 압도했다. 그럼에도 패배한 만큼 당내에선 패인을 놓고 책임론이 나왔다.

당 소속 인사들의 '수해 골프'와 광명시장의 호남 비하 발언이 우선 패인으로 거론된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 대신 최수영 후보를 공천한 것도 안이했다는 분석이다.

새롭게 출범한 강재섭 대표 체제의 상처도 불가피해 보인다. 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수해 골프' 등 관련자를 징계하고 성북을 막판 선거 지원에 '올인'했지만 떠나가는 민심을 돌려세우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재.보선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박근혜 전 대표가 물러가자마자 불패신화에 금이 갔다. 민 컨설팅의 박성민 대표는 "선거 때마다 주목받았던 '박근혜 대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당내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 윤리위원인 주호영 의원은 "열린우리당에 실망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기대를 걸었는데 최근의 사건들로 실망을 안겼다"며 "정말 살얼음 위를 걷듯 조심할 때"라고 말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투표율이 낮은 가운데서도 패배한 것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투표장에 나와주던 한나라당의 열렬한 지지자들마저 외면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집권당 이상의 지지를 받아온 한나라당이지만 한 순간 외면당할 수 있다는 국민들의 '레드 카드'"라며 "대선에 두 번 실패했음에도 긴장감을 잃었던 점부터 반성하겠다"고 했다.

성북을 패배를 놓고 초.재선 중심의 책임론 제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 차례 홍역이 불가피해 보인다.

강주안.서승욱 기자<jooa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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