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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생긴 '이륭탕 거리'…中 5000명 왔다 '사드 이후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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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9일 오전 9시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컨벤시아에서 이륭탕 임직원 약 4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륭탕 2020 한국 연회가 열렸다. 심석용 기자

9일 오전 9시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컨벤시아에서 이륭탕 임직원 약 4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륭탕 2020 한국 연회가 열렸다. 심석용 기자

9일 오전 9시 인천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는 주황색 옷을 입고 중국어를 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컨벤시아 내 회의장 주변을 오가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야광 머리띠를 쓴 채 손바닥 모양의 야광봉을 흔드는 사람도 여럿 보였다. 잠시 뒤 화려한 불빛과 함께 행사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송도 컨벤시아에서는 중국 선양시의 건강식품 판매기업인 이륭탕(溢涌堂)이 주최한 ‘중국 이륭탕 2020 한국연회’가 열렸다. 4500명의 이륭탕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 회의, 신제품 발표회, 한류 가수의 특별 공연 등 행사가 이어졌다.

인천시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이륭탕 임직원 약 5000명은 성과 보상 관광으로 지난 7일부터 중국 25개 도시에서 40대의 항공편을 이용해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2017년 이후 단일 행사로는 최대 규모다.

인천 송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심석용 기자

인천 송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심석용 기자

인천시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완화되는 분위기를 공략해 이륭탕의 방한을 유도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동북 3성을 중심으로 한한령이 풀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설이 꾸준히 나오면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를 놓치지 않고 한국관광공사와 인천시는 이륭탕의 성과 보상 관광을 유치하기 위해 나섰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송도를 방문한 이륭탕 실사단에 기업회의·포상 관광·전시·이벤트를 포괄하는 마이스(MICE) 인프라를 중점적으로 부각했다. 같은 달 23일 인천시·관광공사·이륭탕 간 '성공적인 기업행사 개최 및 포상 관광을 위한 3자 간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방한이 성사됐다. 당초 8000명이 예정됐지만,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5000명의 임직원만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4일간 월미도 등 인천 관광지 둘러본다

8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리플스트리트 스퀘어광장에 모인 중국인 관광객 [사진 인천시]

8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리플스트리트 스퀘어광장에 모인 중국인 관광객 [사진 인천시]

이륭탕 임직원들은 5박 6일의 일정 중 4일을 인천에서 보낸다. 인천의 호텔에서 숙박하며 관광버스 130대로 월미도·차이나타운·송도 등을 둘러본다.

이들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생긴 이륭탕 거리를 찾기도 했다. 인천시는 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리플 스트리트 유니온스퀘어를 '이륭탕 거리'로 명명하고 제막식을 열었다.

이륭탕 직원 웨이잉(魏颖·40·여)은 “한국 화장품과 패션에 관심이 많아 한국을 가보고 싶었다”며 “용인 민속촌과 이륭탕 거리를 둘러봤는데 깔끔하고 좋아서 앞으로의 일정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온 신춘링(信春玲·46·여)은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어보고 예뻐서 샀다”며 “한국을 더 알고 싶다”고 했다. 그의 딸(10)도 “황치열 등 한류 스타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경복궁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사진 관광객 신춘링]

경복궁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사진 관광객 신춘링]

관광객 회복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국내 배치 이전엔 이 같은 중국 기업의 단체 관광객이 종종 찾아왔다. 2016년 3월 중국 광저우시의 건강보조식품 개발·유통기업인 아오란(奧藍) 임직원 약 6000명이 성과 보상 관광으로 방한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이들은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치맥(치킨+맥주) 축제’를 열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사드 배치 이후 2017년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줄어들었다. 2016년 806만명을 기록한 중국인 관광객은 다음 해에는 절반 정도로 급감했다. 성과 보상 관광객도 2016년 12만명에서 2017년 1만7000명으로 대폭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2018년 470만명, 2019년 550만명을 기록하면서 회복세다. 지난해 9월 중국 수정제약그룹 임직원 약 3400명이 한국을 찾는 등 성과 보상 관광객도 지난해 기준으로 10만명을 다시 넘어섰다.

인천시는 이 행사를 계기로 한중 간 문화·경제 교류가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대규모 방한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행사 유치를 기폭제 삼아 자매도시 등과 긴밀히 연락해 인천을 찾는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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