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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에 재반박, '문자 설전'도···추미애·윤석열 정면 충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정면충돌했다. 법무부가 인사 명단도 보내지 않은 채 의견을 달라고 요구하자, 검찰이 인사 명단부터 보내는 게 먼저라며 맞서면서다. 검찰청법에 명시된 ‘총장과 인사 협의’ 절차 자체가 무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인사위 개최 30분 전 “윤석열 오라” 호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이날 오전 11시 법무부는 검찰 쪽 인사 의견을 듣지 않은 채 검찰인사위원회를 강행했다. 인사위 개최 30분 전에 윤 총장을 호출했지만 그는 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오후 1시 23분쯤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검찰총장을 대면해 직접 의견을 듣기 위해 일정을 공지한 상태”라고 밝혔다. 의견 청취를 위해 추 장관이 다른 일정을 취소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법에 따른 (인사 협의) 절차를 준수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불거진 윤 총장 ‘패싱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시간 만에 반박 입장문을 냈다. 검찰에 따르면 전날 윤 총장은 추 장관 취임 인사를 다녀온 뒤 법무부로부터 “검찰에서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내일(8일) 오전까지 보내 달라. 아직 법무부 인사는 마련된 것이 없다”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 “인사 명단도 못 보고 만나는 건 요식”

이에 대해 윤 총장은 “검사 인사의 주무부서인 법무부 검찰국에서 인사안을 먼저 만들어 그 안을 토대로 법무장관과 만나 의견을 들은 후 인사 협의가 끝나면 대통령께 제청하는 것이 법령과 절차에 맞는다”며 법무부가 먼저 인사안을 제출해 달라고 회신했다고 한다. 인사의 시기ㆍ범위ㆍ대상ㆍ구도 등 인사 방향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백지상태에서 무작정 협의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법무부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면 협의와 인사안 제시를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7일 오후 7시 30분까지만 해도 법무부가 진재선 법무부 검찰과장을 통해 인사안을 검찰에 보내겠다고 해놓고 갑자기 말을 바꿨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8일 강행된 인사위 개최 여부도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에게 전날 오후 9시쯤에 통보됐다.

대검 관계자는 “인사위원회 개최를 겨우 30분 앞두고 윤 총장을 호출하는 건 인사 협의가 요식 절차에 그치게 할 뿐만 아니라 법무부에서 인사안을 먼저 건네던 기존 관례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자단에 문자 번갈아 보내며 설전

법무부와 검찰의 ‘문자 설전’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법무부는 곧바로 “검찰에서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법무부로 보내달라고 한 적이 없다”는 반박문을 냈다. 보안 자료인 검사 인사안을 인사 대상자인 법무부 과장이 지참하고 대검을 방문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추 장관이 윤 총장과 직접 만나 의견을 듣기로 했다는 것이다.

검사 인사안을 먼저 보내달라고 한 쪽은 윤 총장이며 “법무부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추 장관을 면담하겠다”는 요구도 해왔다고 한다. 법무부는 “법률에 따른 의견 청취 절차를 법무부 외 제3의 장소에서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검찰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대검이 “추 장관이 7일 윤 총장 퇴근 시간 직전 인사안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게 맞다”고 재반박하며 갈등이 깊어졌다.

인사위 회의록에 “인사 협의 없었다” 남기기로

오후 종료된 검찰인사위에서도 “법무부와 검찰의 인사 협의 절차가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위는 이를 인사위 회의록에도 남기기로 했다.

한 검찰 간부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장이 대통령 인사권에 도전하겠다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보좌하는 책무를 제대로 다하기 위해 구체적 인사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컨대 어느 지검장이 어느 지역과 연줄이 있는지, 특정 수사 대상자와 연루된 건 아닌지 등 총장만이 아는 정보가 있다”며 “이를 하나하나 짚어줘야 하는데 이 과정을 생략하겠다는 건 깜깜이 인사를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검과 법무부는 인사 협의 자체가 무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중재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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