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반도 통일 위해 교회가 적극 나설 때"|「천주교통일 사목연」심포지엄 오강환 교수 강연요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맞아 평화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가 열리고 있다. 한국천주교통일 사목연구소는 6일 올림픽회관에서 「그리스도교 관점에서 본 한반도평화」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에서 오강환 교수(가톨릭대학)는 성서와 교회의 평화관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기조강연을 했다. 내용을 요약한다.
집단이나 국가간의 관계는 ▲전쟁 ▲소극적 평화 ▲적극적 평화 ▲진정한 평화의 네 가지로 대략 구분된다. 전쟁은 집단이나 국가간의 협력이 전혀 없고 조직적 폭력만 난무하는 상태다.
소극적 평화는 조직적 폭력은 없어도 상호관계와 협력도 거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평화공존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현재 남북한의 관계는 소극적 평화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적극적 평화는 집단이나 국가간에 간혹 갈등과 폭력이 있지만 동시에 상당한 정도의 협력이 이루어지는 관계다. 진정한 평화는 폭력이 전혀 사용되지 않고 협력만이 존재하는 형태다.
성서에서는 평화를 개인의 안전과 안녕, 집단이나 국가간의 일치와 화목 지상의 인간과 하느님의 일치와 화해, 마지막으로 인간의 종말론적 구원을 의미한다. 성서의 평화는 현세적 차원을 넘어 초월적 차원이 포함된다.
교회는 오랜 역사동안 전쟁과 사회적 갈등은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고 마을의 평화, 하느님과의 일치만 강조해 비판받았다.
1백년 전부터 반성이 생겨났고 20세기 들어 전쟁무기가 발달하고 핵무기가 등장하면서 세계평화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증폭됐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교황 요한23세의 회칙「지상의 평화」와 1965년 발표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헌장」,미국정부의 핵무기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미국주교단의 1983년 사목교서「평화의 도전」등이 그 표현이다.
공의회 「사목헌장은 국민전체나 소수민족을 조직적으로 전멸시키려는 행위는 무서운 범죄라고 규정하고 그러한 명령에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반항하라고 도덕적 원칙을 제시했다. 정부의 정당 방위권은 인정했지만 방위를 위한 전쟁도 전면전은 안된다고 규정했다. 또 무력저항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이미 발생한 폭력보다 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주교단 교서는 인구집중지역에 대한 핵무기사용을 절대로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아무리 이유가 정당하다하더라도 핵무기의 선제사용은 안된다고 규정했다.
세계교회들이 평화에 대한 진지한 노력을 하고있다면 우리교회는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전쟁은 중단되었으나 치명적 현대무기를 갖춘 거대한 군대가 대치하고 있다.
교회는 나름대로 평화교육을 실시해 북한에 대한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고취시켜야 한다. 또 정당한 통로를 통해 공개적으로 북한사람들과 불신의 마음을 해소하는 활동을 모색해야 한다. 또 한반도에서의 군비경쟁과 힘의 균형을 군비축소를 지향하는 단계로만 인정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한반도에서 보유되고 사용될 수 있는 핵무기에 대해 우려를 표시해야 한다.
교회가 원하고 추구하는 통일된 한국에는 외세의 지배와 우리민족의 예속이 없어야 하며 남북간의 격차 ,계층간의 격차가 지양되어야 한다.
국내에서의 평화를 위해서는 계층간의 갈등, 지역간의 갈등 등이 신속하게 표출되고 해소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회가 노력해야 한다.
한국가톨릭교회는 지금까지 민족의 통일에 힘쓰기보다는 반대로 분단의 고착화에 어느정도협조하고 기여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반성하고 보다 통일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지녀야할 것이다. <임재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