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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받지 않겠다" 작가 3인의 거부 뒤엔···"부당 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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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회 이상문학상의 수상자 발표와 작품집 출간이 무기한 연기됐다. 후보로 선정된 소설가 김금희(41)·최은영(35)·이기호(48) 작가가 수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문학사상사는 6일 수상작 발표와 기자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44회 이상문학상의 수상을 거부한 김금희 작가. [사진 신나라, 중앙포토]

44회 이상문학상의 수상을 거부한 김금희 작가. [사진 신나라, 중앙포토]

김금희 작가는 4일 트위터에 수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그는 “어제 모 상의 수상후보작이 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일차적으로는 기쁜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후에 계약서를 전달받고 참담해졌고 수정요구를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 작가가 문제 삼은 부분은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이 작품을 작가의 작품집에서 표제작으로도 쓸 수 없으며 다른 단행본에 수록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최은영 작가 역시 3일 문학사상사에 수상 거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단행본에 3년 동안 실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기호 작가도 “사실 나에게도 연락이 왔었다. 우수상이라는데 3년 동안 저작권 양도 이야기를 하길래 가볍게 거절했다”고 6일 페이스북에 썼다. 이 작가는 “이 문제뿐 아니라 작가의 권리가 특정 회사나 개인에 의해 침해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2차 저작권 문제, 전자책 대여 서비스 문제, 저작권이 소멸된 작품의 인세 문제를 추가로 거론했다. 이상문학상의 계약조건에 대한 비판이 문학 작품에 대한 작가의 권리문제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김금희 작가는 “다음 해에 선정 전화를 받는 작가는 그의 저작권을 ‘양도’할 일이 없기를, 사용을 그의 노동에 당연하게 ‘허락’하며 격려받은 기분으로 평안한 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했다.

최은영 작가. [사진 문학동네]

최은영 작가. [사진 문학동네]

문학사상사는 1977년 이상문학상을 제정했고 대상 수상작 한 편, 우수상 수상작을 묶어 1월에 작품집으로 내왔다. 역대 수상자는 이문열ㆍ이청준ㆍ최인호ㆍ신경숙ㆍ김훈ㆍ한강 등이었다. 올해 우수상은 다섯 명이었다. 문학사상 측은 “‘3년 양도’ 규정을 삭제하고 앞으로 내부 논의를 거쳐 대책을 내놓겠다”며 “올해 이상문학상의 대상 및 우수상을 재선정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기호 작가. [중앙포토]

이기호 작가. [중앙포토]

김금희 작가는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2014년), 『너무 한낮의 연애』(2016년), 『경애의 마음』(2018년)으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으며 현대문학상ㆍ신동엽문학상ㆍ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최은영 작가는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쇼코의 미소’로 당선됐으며 같은 작품으로 이듬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했고 2018년엔 소설집『내게 무해한 사람』을 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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