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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달콤하고 사르르 녹는 맛, 뇌 유혹해 비만·당뇨병 부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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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고령화 시대에는 누구도 만성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젊을 때부터 비만·고혈압·당뇨병·고콜레스테롤혈증에 시달린다.방치하면 심각한 대사 이상과 심혈관 질환이 유발된다. 적절한 치료와 더불어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하며 혈관 지표를 관리해야 악화를 막을 수 있다.중앙일보 건강한 가족은 경자(庚子)년을 맞아 만성질환 극복 방안을 3회에 걸쳐 살핀다. 첫 번째는 만성질환을 부추기는 식습관, ‘단맛·짠맛 음식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이다.

새해엔 만성질환 탈출 - 단짠 음식 중독 벗어나기

직장인 서모(38·서울 성동구)씨의 새해 목표는 다이어트다. 그는 8개월 전부터 과식하는 습관이 생겼다. 식사하고 나서도 배가 헛헛해 더 먹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이럴 땐 어김없이 빵·쿠키·초콜릿·컵라면·분식·치킨을 찾는다. 한번 먹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면 먹지 않고선 일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그는 “‘이걸 먹으면 분명 살찔 텐데’하고 걱정하지만 도무지 절제가 안 된다”며 “새해엔 음식 생각으로부터 탈출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음식도 술·담배처럼 중독될 수 있다. 배가 부를 때까지 음식을 먹고도 계속 먹고 싶은 욕구가 들어 과한 양을 섭취하게 되는 게 ‘음식 중독’이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이 중독성이 있는 건 아니다. 중독성이 강한 식품은 따로 있다. 설탕·흰 밀가루·소금·지방이다. 강북삼성병원 서울건진센터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달콤한 케이크는 계속 먹을 수 있지만 쌉쌀한 브로콜리로 폭식하는 일은 드물다”며 “바로 입안에 들어왔을 때 달콤함이 느껴지면서 사르르 녹는 맛, 즉 설탕·나트륨·지방이 절묘하게 섞인 식품이 중독성이 가장 강하다”고 했다.

설탕·나트륨·지방 잘 섞인 식품은 독

우리 뇌에는 보상 중추가 있다. 자극을 받으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즐거움과 쾌감, 행복감을 느낀다. 중독성 있는 음식을 먹을 때 느낀 쾌감은 뇌에 강렬하게 각인돼 반복 행동의 동기부여가 된다. 쾌미(快味)가 강한 음식일수록 도파민 분비량이 늘어나 자주, 많이 먹게 되는 원리다.

음식 중독은 니코틴·알코올 중독처럼 갈망, 내성, 금단의 3단계를 거친다. 기본 증상은 갈망이다. 식사하고도 먹고 싶은 욕구가 들어 군것질거리를 찾아 냉장고를 뒤지고 그래도 찾지 못하면 편의점으로 달려가 사 먹는다. 처음엔 도넛 한 개만 먹어도 기분이 좋아졌는데 조금씩 먹는 양을 늘려야 예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내성 단계에 이른 것이다. 마지막은 금단 증상이다. 박 교수는 “음식을 먹지 않으면 두통·무력감·짜증·우울감 등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며 “음식 중독은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생리적으로 필요한 만큼 음식이 들어오면 포만감 신호를 보내 수저를 내려놓게 하는 몸속 조절 기능이 망가진 탓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음식 중독이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음식 섭취량이 필요량보다 많아져 차츰 뱃살이 찌고 체중이 는다. 특히 단맛을 내는 음식에 들어 있는 단순 당은 체내에서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떨어뜨린다. 당뇨병을 부추기는 데다 혈당이 떨어지면 공복감을 느끼고 다시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박 교수는 “내장 지방이나 비만은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대사 이상이나 심혈관 질환을 초래한다”며 “음식 중독은 결국 모든 질병의 단초가 된다”고 경고했다.

음식 중독 기준의 핵심은 특정 음식을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가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식사를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도 음식이 계속 당기고 평소보다 더 많이 먹으면 중독을 의심하고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단짠 음식에 중독된 입맛을 되돌리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의식적으로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자연 그대로의 식품을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과 주스 대신 사과, 딸기·초콜릿 우유 대신 흰 우유, 감자튀김 대신 감자를 먹는 식이다. 강동경희대병원 QPS팀 이혜옥 영양파트장은 “단순 당의 주요 급원은 후식으로 먹는 음료”라며 “단맛 나는 커피나 주스 형태의 음료 대신 물이나 녹차, 블랙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최소 3주 음식 조절하면 뇌가 인지

짠 음식은 입맛을 돋우게 해 과식을 촉진한다. 음식을 조리할 때부터 싱겁다고 느낄 정도로 간을 맞추고 김치·젓갈·장아찌 반찬은 작은 접시에 조금씩 담아 먹는다. 염분이 많은 국·찌개를 먹을 땐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먹고 처음부터 작은 그릇에 담는다. 양념할 땐 소금·고추장·된장보다 후추·마늘·식초·레몬즙을 활용한다. 외식할 땐 주문하면서 ‘싱겁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지방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도 현명한 메뉴 선택이 중요하다. 프라이드치킨이 먹고 싶으면 껍질 벗긴 전기구이 통닭, 삼겹살 구이·돈가스는 돼지고기 편육, 아이스크림은 셔벗, 생크림 케이크·도넛은 호밀빵·바게트를 대신 고른다. 이 영양파트장은 “식후에 물 섭취를 늘리고 양치질·구강청결제로 구강 세척을 자주 할 것을 권한다”며 “가공식품을 고를 땐 영양성분 표시를 참고해 당류·나트륨·지방 함량을 살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생리적인 배고픔을 다스리는 것도 방법이다. 음식 중독이 있는 사람은 식욕이 강하게 올라올 때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쾌미 음식을 폭식하기 쉽다. 따라서 배가 고프지 않아도 혈당이 떨어지는 주기인 4시간마다 음식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이때 매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이 빨리 찾아와 달고 짜며 고소한 음식 섭취량도 조절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최소 3주 정도 음식을 조절하면 뇌가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몸을 바꾸기 시작한다”며 “음식 중독의 위험 요인인 스트레스와 수면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나도 음식 중독일까

- 음식을 먹을 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 배가 부른 데도 계속 음식을 먹고 있다
- ‘음식의 양을 줄여야 하는 게 아닌가’걱정할 때가 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과식 때문에 축 처져 있거나 피로감을 느끼면서 보낸다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혹은 자주 먹느라 업무, 가정, 여가활동에 지장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다

-음식을 일부러 끊거나 줄였을 때 불안·짜증·우울·두통이 나타난다

-불안·짜증·우울·두통 때문에 음식을 찾아 먹은 적이 있다

-특정 음식을 일부러 끊거나 줄였을 때 그 음식을 먹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경험한 적이 있다
※ 위 문항 중 3개 이상 해당한다면 음식중독일 수 있으니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함.
자료: 『음식 중독』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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