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 첫날 독일 동물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30마리가 넘는 동물이 죽었다. 이날 자정 직전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위치한 크레펠트 동물원 내 유인원관에서 불이나 사육장에 있던 오랑우탄, 침팬지, 마모셋원숭이 등이 목숨을 잃었다고 AFP통신이 1일 보도했다. 초기 조사 결과 화재 원인은 새해 축하 행사에 사용된 '풍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지 경찰과 소방대는 이날 오전 0시 38분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불 속에서 침팬지 2마리만을 구할 수 있었다. 이 밖에 불에 타지 않은 다른 우리에 있던 고릴라 7마리도 살아남았다. 소방대원들은 불길이 원숭이 사육장에서 다른 시설들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불에 탄 잔해 속에서는 새해 소망이 적힌 풍등 3개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부주의로 인한 범죄형 화재’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고, "동물원 근처에서 낮게 날아가던 풍등이 불타기 시작했다는 목격담이 있었다"고 밝혔다. 풍등같은 장비는 해당 지역과 대부분의 독일 지역에서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대기 여건과 풍향을 분석해 풍등의 경로를 조사할 계획이다.
크레펠트 동물원 측은 "최악의 공포가 현실이 됐다"면서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에 끔찍한 비극이 우리를 덮쳤다. 유인원 사육장이 전부 불에 탔다"고 밝혔다.
독일동물보호협회는 동물원, 농장, 애완견 사육장 근처에서 모든 유형의 불꽃놀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무절제한 축하 행사가 동물들에게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끔찍한 증거”라고 밝혔다. 한 영장류 전문가는 “최악의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지난 1975년 개관한 크레펠트 동물원은 매년 40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