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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플렉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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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1/2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1/2

플렉스(flex)의 사전적 의미는 ‘(준비 운동 등으로) 몸을 풀다’ ‘(근육에) 힘을 주다’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층에선 ‘과시하다’ ‘지르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특히 고가 제품을 구매했을 때 많이 쓰인다. 이렇게 된 데는 1990년대 미국 흑인 래퍼들의 영향이 크다. 인기와 부를 동시에 얻은 그들은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 금목걸이(사진), 보석 반지, 명품 시계 등을 착용하며 그런 자신들의 소비행태를 플렉스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국내에선 기리보이, 염따 등의 래퍼들이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는 말을 유행시키면서 화제가 됐다. 요즘 유튜브에는 ‘하루에 1500만원 다 썼습니다’ ‘영앤리치의 플렉스’ 같은 제목의 명품 쇼핑 사진·영상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스마트학생복이 10대 청소년 3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선 ‘명품 구매 경험’을 묻는 질문에 56.4%가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플렉스의 의미는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쓰일 수 있다. 지난해 말 작사가 김이나씨는 반려동물복지센터 건립 후원금으로 3000만원을 내놓으며 “기부가 플렉스 문화가 돼 칭찬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우 이동욱이 진행하는 SBS 예능 프로그램에는 ‘플렉스 토크’라는 코너가 있다. 게스트에게 자기 자랑을 하라는 건데, 일종의 유머 코드다. 실제로 공유가 자신을 “잘 생겼다”하고, 이세돌 9단이 “바둑에서 나는 천재”라고 말하는 장면은 겸손 일색의 뻔한 토크보다 재밌다. 2020년 한 해 동안 각자 의미 있는 플렉스를 해보길 바란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