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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 투자자 2400억 원금 날릴판…부실펀드 알고도 판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라임자산운용은 2012년 3월 설립, 2015년 12월 전문사모집합투자사로 등록했다.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쳐]

라임자산운용은 2012년 3월 설립, 2015년 12월 전문사모집합투자사로 등록했다.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쳐]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투자자가 투자금 전액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해당 펀드가 투자한 해외펀드가 ‘폰지사기’로 걸려 자산이 동결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라임자산운용 함께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맺은 신한금융투자에 대해서도 조만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를 통보할 방침이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26일 글로벌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그룹(IIG)’의 투자자문업 등록을 취소하고 관련 자산을 동결했다. SEC에 따르면 IIG는 부실한 대출이 마치 정상적으로 회수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고, 기존 투자자의 환매 요청에 응하려 새 투자자의 자금을 동원하는 수법을 썼다. ‘폰지 사기(나중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수익을 주는 다단계 금융사기)’다. 사기 규모는 최소 6000만 달러(약 700억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 IIG에 대해 지난달 26일 등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 IIG에 대해 지난달 26일 등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라임자산운용은 총 6000억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를 운영 중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중 약 40%인 2400억원이 IIG의 헤지펀드에 투자됐다. IIG의 자산동결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라임자산운용은 IIG 헤지펀드의 유동성 문제를 2018년 11월부터 파악했다. 이에 라임자산운용은 일부 지분을 싱가포르 업체 R사에 넘기는 계약을 지난 6월 맺었다. 지분을 넘기는 대신 이자수익을 받는 재구조화 과정을 거쳤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월 펀드 환매 연기 사태가 벌어진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구조화를 통해 3~5년을 기다리면 해외무역금융펀드에서 40% 손실이 나도 투자원금의 90%는 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라임자산운용이 이런 재구조화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계속 판매를 했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는 부실 펀드인지 모른 채 이 펀드에 투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측에서 IIG에 투자했던 자산 가치 하락 때문에 갈아타기 했다는 사실을 투자자에 알리지 않았다”면서 “사기를 포함한 위법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이 대규모 손실 위기가 도래할 것을 알면서도 팔았다면 단순 투자 실패가 아닌 형법상 사기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무역금융펀드 6000억원 중 개인투자액이 2436억원, 신한금융투자의 대출(TRS 거래)이 3500억원이다. 사태가 최악으로 가면 라임의 개인투자자들은 돈을 모두 잃게 될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싱가포르 R사는 사실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 라임 측이 주장하는 대로 만기 3~5년을 기다리더라도 돈을 돌려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측의 ‘40% 손실 나도 원금 90%를 건질 수 있다’던 말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설사 무역금융펀드에 일부 자산이 남는다고 해도 우선권은 개인투자자가 아닌 신한금투에 있다. 신한금투는 증거금을 받고 그 몇십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출로 내줬는데, TRS 업무상 통상적으로 증거금과 대출채권이 다른 채권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는 건질 게 하나도 없을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 원종준 대표가 지난 10월 펀드 환매 중단을 발표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원종준 대표가 지난 10월 펀드 환매 중단을 발표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앞서 라임은 지난 10월 무역금융펀드를 포함한 3개 모펀드에 투자된 자펀드의 환매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금감원은 그 규모가 최대 1조 5587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관련 검사를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진행중인 회계실사 결과는 다음달 중 공개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판매사 관계자는 “실사 결과 불법행위가 밝혀진다면 판매사 공동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 펀드는 신한금투 외에도 우리은행, 대신증권 등을 통해 개인 자산가들에게 집중적으로 팔렸다.

환매 중단 당시 “내년 연말까지 펀드 자금의 70%를 상환하겠다”고 했던 이종필 전 부사장은 잠적 상태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이 최대 주주였던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들의 주가조작·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조사받던 중 지난달 15일 구속영장심사를 앞두고 도주했다. 사흘 뒤 라임은 그를 부사장 자리에서 해임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전 부사장에 대해 지명수배를 내렸지만 아직까지 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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