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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수매가 올려도 근본해결 안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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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해 추곡수매가결정에 어느 때보다 격심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수확기는 이미 접어들어 예년 같으면 이맘때 한참 공방전이 벌어졌을 텐데 정부는 물론 민정당도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 못하며 야3당도 골머리를 앓고있기는 마찬가지다.
손쉽기로 말한다면 인상률 하나에만 관심이 집중됐던 지난해가 오히려 수매가결정 여건이 좋았다. 그러나 금년은 우선 수매가를 얼마나, 수매량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도 난제이지만, 쌀 재고누적-생산과잉이라는 사태에 직면, 양곡정책을 전면 재수술해야하는 상황까지 복잡하게 얽혀 좀처럼 매듭을 물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그동안 이중곡가제하의 정부의 쌀값 정책은 앞으로 닥칠 어려움에 비교하면 큰 고민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 자급이 급선무인 시대에 증산을 유도하려면 쌀값지지정책을 써야하는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쌀값을 더 높여야한다는 농민들과, 여러 경제여건을 감안해야하는 정부사이에 가격수준을 놓고 해마다 줄다리기를 벌여야 하는데 있었다.
숫자상으로 보면 지난해 16%인상을 포함해 80년 이후(80∼88년간) 추곡수매가인상률은 62·7%로 같은 기간의 물가상승률(소비자물가) 29·8%를 상당히 웃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지수상의 수치로 도농간소득격차 확대 등 농민들의 불만이 분출하면서 지난해는 추곡수매가가, 예상보다 높게 결정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지난해 고율의 추곡수매가 결정이 야기한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사상최대의 풍작으로 쌀이 공급 과잉된 상황에 들어섰는데 대폭 수매가를 높인 결과 일년 내내 산지 쌀값이 정부수매가를 밑도는 기현상을 나타냈다.
그동안의 쌀값추세를 보면 연중 쌀값은 모내기인 5∼6월부터 상승, 가장 쌀 때인 추수철에 비해 단 경기가 12∼15%정도 비싸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쌀값이 거의 제자리걸음해 높은 수매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농가입장에서는 별반 득을 보지 못한 꼴이 되었다. 여기에 다수확품종인 통일계가 질이 좋은 일반미 값을 웃도는 현상을 초래, 정부의 질 위주생산정책 전환에 장애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일단 금년추곡수매가결정을 오는 10일께까지 양곡유통위원회의 건의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20일쯤 최종정부안을 결정, 국회동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올해도 농민들의 목소리는 만만치 않아 재야농민단체인 전국농민연합은 41%인상을 들고나 왔고 평민당도 추곡가 인상폭이 20%선 이상은 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경제기획원만이 물가문제를 고려해 『10%이내여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금년은 수매가 인상폭 외에 농민들의 수매물량증대압력이, 어느해 보다 커 정부를 더욱 궁지로 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현실에서 추곡가 결정은 농가소득지지 등 농정전반과 결부된 일로 쌀 수급 하나만 놓고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따질 일은 아니다. 단적으로 법까지 고쳐가며 추곡수매가 인상을 국회동의를 받게 한 점이 이를 예증하고 있다.
그러나 쌀도 다른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수급 균형을 이뤄야 제값을 받게 되며 이 길이 농민들에게도 가장 득이 되는 방법임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현재와 같은 정부재고과다에, 정부가 계속 수매량을 확대, 이를 방출하지 않고 갖고 있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감산을 포함한 장기적인 양곡정책의 전환은 불가피하고 이 속에서 쌀값정책도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온 것이다.
가격을 도외시한 수급정책의 전환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올해 추곡수매가결정은 특히 주목되고 있다할 것이다. <끝><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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