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진짜 이렇게 생겼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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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명성황후(1851~1895)로 추정되는 사진이 발견돼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출신의 사진 수집가 테리 베닛(56)은 25일 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발 기사를 통해 대원군과 고종 등의 실물이 실린 사진첩을 공개하면서, 이 사진첩 가운데 한 인물이 명성황후라고 주장했다. 일본 자객에 의해 비참하게 시해된 명성황후의 실물은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베닛이 공개한 사진 중 명성황후 추정 사진에는 독일어 필기체로 'Die Ermodete Konigin(시해된 왕비)'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 사진은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한 독일인이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894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진의 진위 여부를 두고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 "명성황후 맞다"=서울대 이태진(63.국사학) 교수는 사진첩 속 명성황후 추정 사진과 대원군 사진의 배경이 유사하다는 점을 주목했다. 두 사진의 벽면과 바닥 카펫 무늬가 같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대원군이 앉은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여성이라면 그에 합당한 신분이어야 할 것"이라며 "나는 명성황후라고 본다.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사진 속 인물의 복장에 대해 이 교수는 "명성황후가 적삼으로 지은 실내복 혹은 평상복을 입고 찍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 "명성황후 아니다"=명지대 조효순(66.한국복식사) 명예교수는 "사진의 여성이 착용한 의상은 황후의 복장이 아니다"며 "명성황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황후는 평소 소례복을 입고 있는데 그러려면 치마 저고리 위에 당의를 입어야 한다"며 "사진 속엔 당의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궁중 복식의 예법에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간 '한복' 김영선 편집장도 "치마가 홑겹으로 속이 비칠 정도다. 국모가 치마 저고리 차림으로 사진기 앞에 섰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 또 하나의 펜화도 발굴, 궁금증 증폭=이번 로스앤젤레스에서 공개된 사진과 별도로 '월간중앙' 8월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견된 명성황후 추정 그림을 발굴 보도했다. 1894년 펜으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초상화다. 로스앤젤레스의 사진이 날카로운 눈매에 찡그린 인상인 것과 달리 토론토의 그림은 온화한 인상의 미인형 얼굴이다.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이태진 교수는 "왕비 머리에만 비녀를 두 개 꽂을 수 있었던 시기에 그려진 명성황후 초상화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발견된 사진과 월간중앙 8월호의 그림은 동일 인물인가.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로스앤젤레스의 사진과 월간중앙 8월호의 그림을 면밀히 비교 검토해 볼 예정"이라며 "명성황후 실물 진위와 관련된 오랜 논쟁의 결말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베일에 싸인 명성황후 실물=시아버지 대원군과 남편 고종, 그리고 고종의 딸 덕혜옹주와 순종비 윤비 등의 사진이 남아 있는 데 비해 명성황후의 사진만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진과 관련, 의친왕의 손자이자 국립고궁박물관 전문위원인 이혜원씨는 "흥선 대원군 할아버지의 첩인 초선일 가능성도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 여든이 넘은 집안 고모들에 의하면 명성황후는 얼굴에 곰보 자국이 있어 나서기를 싫어했다고 한다"며 "물론 이런 말씀을 하는 고모들도 어릴 때 집안 어른들께 전해 들은 이야기니까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배영대.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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