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최근 일주일만 놓고 보면 당에 김재원만 보이는 것 같다”(자유한국당 초선의원)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을 놓고 최근 당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평가다. 그가 한국당의 명운이 걸린 ‘비례 한국당’ 창당 등 각종 이슈를 주도해서다.
정책위의장은 원내지도부지만 통상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running mate)’다. 실제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나 당 대표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스포트라이트’에서 비켜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당의 방침이나 대응이 김 의장의 ‘입’을 통해 구체화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당 안팎에서 “단순한 러닝메이트가 아니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현안인 비례한국당 공식 창당 방침도 그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비례대표 정당을 결성하겠다”고 했다. 또 “민주당도 비례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 보고가 있는 거로 안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25일에는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 미래당 당권파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 신당)가 비례당 창당을 막으려 선거법 수정안을 준비 중이다”고 공격했다. '4+1'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냈지만 한국당 내에서는 “김 의장이 아웃복서처럼 ‘선거법 논란’를 다루고 있다"는 평가다. .
지난 23일 한국당 비공개 의총에서 동료 의원을 독려한 것도 김 의장이었다. 참석 의원들에 따르면 그는 가장 먼저 발언권을 얻어 선거법 협상 과정을 설명한 뒤 “한국당이 협상을 팽개치고 장외 투쟁만 벌인다는 프레임에 빠져선 안 된다. 합의를 거부한 건 민주당”이라며 구체적 대응법까지 설파했다고 한다. 한 한국당 의원은 “김 의장이 선거법 등 사안의 맥락을 확실히 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김 의장이 그나마 한국당에서 선이 닿는 사람”이라며“김재원을 거쳐야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김 의장의 ‘눈에 띄는 행보’가 이어지자 당 안팎에선 “상대적으로 심재철 원내대표가 덜 보인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심 원내대표도 각종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며 당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덜 주목받고 있어서다. 당 관계자는 “심 원내대표가 굵직한 이슈에 대응한다면 김 의장은 디테일한 부분에 대처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돼 있다고 보면 된다”며 "비례정당 이슈가 크기에 정책을 맡고 있는 김 의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거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과거 ’친박'으로 분류되던 김 의장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했지만, 그해 박근혜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쳐 2017년 4월 재보궐 선거로 재입성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썼다는 혐의로 기소됐지만,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유탄을 피해갔다.
김 의장에게 불안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최근 돌출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 대구 행사에서 택시기사의 말을 인용,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년 내 죽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8월에는 추경안 심사 과정에 술에 취한 채 참석해 황 대표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당 관계자는 “비례한국당처럼 민감한 이슈는 당 사무총장 등을 거치는 게 나은데 김 의장이 본인의 '개인기'를 과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