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시장 키워드 "제도권 편입·디파이 성장·대중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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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

"디파이를 중심으로 중앙화 된 비즈니스에서 할 수 없던 성과를 나타내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등장했습니다. 유저들에게 명확한 수익과 편리성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는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는 사람은 늘고 있고, 은행 등 전통 금융권은 이를 다루지 않으면 리더십을 잃게 될 것입니다."

한 해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은 지지부진한 가격 상승을 보이며 리브라의 좌절,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가이드라인의 등장 등 엎치락뒤치락 반전을 거듭했다. 수년간 물밑으로 치열한 성장을 거듭해온 업계는 2020년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국내 대표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 해시드(Hashed)의 김서준 대표는 조인디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은 제도권 편입과 디파이(Defi·Decentralized Finance), 리브라등을 통한 대중 채택이 돋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기존 금융권, 제도화 이후를 위한 준비 태세"

국내에서는 특금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가 좌절되며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편입 기대감은 한풀 꺾여. 그러나 김 대표는 은행과 증권사 등 기존 금융권은 이미 특금법 통과 후의 시장을 넘보고 있다고 귀띔. 그는 "특금법을 시발점으로 은행과 증권사들도 원한다면 가상자산사업자 자격을 부여받고 합법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며 "이미 국내 은행권들을 비롯한 전통 금융권들도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 

암호화폐 시장 트렌드, 파생상품으로 넘어가는 중

잠재적으로 전통 금융권이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곧 기존 거래소들과 이들 간의 경쟁이 시작된다는 의미. 국내 대형 거래소들의 거래량은 이미 호황기에 비해 크게 쪼그라들어. 김 대표는 여기서 지금의 거래소들이 규제권에 진입하더라도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내다봐. 

김 대표는 "증권사들의 발전 모델을 보면 현물 수수료를 받던 모델에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며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트렌드 또한 이미 파생상품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 그러나 선물 상품도 규제하는 국내 실정상 거래소들의 도전은 현실적으로 아직 어려워. 김 대표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이 없으면 기관사업자들은 들어오지 못한다"며 "제도권이 판을 깔아줘야 하고 거래소들 또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

성장하는 디파이, '크립토금융'의 신호탄 될 것

전통 금융권에서 실현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금융 모델들은 이미 디파이, 즉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어. 디파이의 대표 주자인 메이커다오(MakerDao)는 이더리움(Ethereum)을 담보로 받아 암호화폐를 대출해주는 서비스로 올해 3배 이상의 상승률을 보여. 김 대표는 "디파이에 예치된 암호화폐가 7000억 원 정도"라며 "이 돈이 안정적으로 잠겨 있다는 사실은 산업이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말해. 

아직은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디파이 분야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실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관측도 내놔. 인도 10대 개발자 두 명은 토스(Toss)처럼 여러 디파이를 연결하는 서비스 인스타댑(instaDapp)을 개발, 디파이 서비스 사용량 상위를 기록하기도. 김 대표는 "디파이에서는 금융회사들의 협력이 극도로 자유롭고, 담보대출의 리스크는 0이다"며 "핀테크 업체들이 할 수 없었던 걸 구현할 수 있게 되어 이들을 끌어모을 것"이라 언급.  

리브라·중국CBDC·클레이튼 등장, 산업 성장 견인한다

각국 정부기관의 견제로 출시가 연기된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내년에는 무조건 런칭될 것"이라 역설. 김 대표는 "중국은 국영 BSN(Blockchain Network Service)로 디지털 경제라는 고속도로를 깔고, 디지털 위안화를 만들어 이곳의 대장이 되고자 한다"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민간이 주도하면서도 적절히 분관화된 준비된 프로젝트인 리브라를 내보내게 될 것"이라 예측.  

오는 3월 출시를 예고한 카카오의 암호화폐 지갑 클레이(Klay)의 등장으로 대중화의 사전 포석이 마련될 것이라 전망. 김 대표는 "이더리움 메인체인의 액티브 유저가 DAU 30만, 비트코인이 70만으로 둘이 합쳐 100만 정도"라며 "카카오가 가진 5000만과 라인의 1억의 유저를 클레이튼과 링크가 흡수하면 이보다는 훨씬 높은 사용자를  달성할것"이라 전망. 그는 이어 "결국 매스어덥션(대중채택)이 관건"이라 강조. 

비트코인 가격, 내년 "사상 최고치" 도달할 것

암호화폐 금융상품의 다각화와 블록체인 산업의 대중 채택은 시장 전반의 오름세를 이끌 것이란 관측도 내놔. 대중화 이후에는 암호화폐에 익숙하지 않은 개인을 위한 상품이 출시되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용해줄 펀드가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 김 대표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퍼블릭 블록체인 시장의 인덱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퍼블릭 블록체인, 탈중앙화된 경제가 성장하면 비트코인 가치는 2000만원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 전망. 

원재연 기자 won.ja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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