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소문사진관] '12월의 기적', 얼굴 없는 천사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 이웃에는 천사들이 살고 있습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만날 수는 없습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요즘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얼굴 없는 천사’입니다. 남모르게 이웃을 챙기며 보살피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얼굴 없는 산타들의 선행.

얼굴 없는 산타들의 선행.

이분들의 선행은 매년 이어집니다. 이분들을 말할 때 ‘올해도’ ‘또’ ‘00년째’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습니다. 쌀 포대가 면사무소 앞에 쌓이고, 적지 않은 돈이 익명으로 전해집니다. 신발도, 연탄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자신의 것을 나누려는 큰마음에 감동할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천사들은 자신을 낮춥니다. 기부가 ‘적어서’, ‘부족해서’ 죄송하다고 말합니다.

연말이면 많은 사람이 기부합니다.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의 선행 소식도 들립니다.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거리의 구세군 냄비에 슬며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마음을 전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지만 아름다운 이웃입니다.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 '12월의 기적’을 모았습니다.

강원 원주시 학성동 행정복지센터 내 모금함에 익명으로 전달된 기부금. [사진 학성동 복지센터]

강원 원주시 학성동 행정복지센터 내 모금함에 익명으로 전달된 기부금. [사진 학성동 복지센터]

#지난 4일 강원도 원주시 학성동 행정복지센터 내 모금함에서는 "좋은 일에 써주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현금 50만원이 든 봉투가 발견됐습니다. 5만원 권, 1000원권, 동전이 가득했습니다.

7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기부한 300만원<br>  . [사진 울산시 중구]

7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기부한 300만원<br> . [사진 울산시 중구]

#울산에서는 지난 9일 한 7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에 현금 300만원 뭉치를 던져놓고 사라졌습니다.

청량리역에 마련된 자선냄비에서 발견된 억대의 수표. [사진 구세군]

청량리역에 마련된 자선냄비에서 발견된 억대의 수표. [사진 구세군]

#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도 지난 9일 서울 청량리역에 마련된 자선냄비에 봉투를 넣고 떠났습니다. 봉투 안에는 1억1400만 1004원이 적힌 수표가 있었습니다. 1억에 천사가 두 번 더해졌습니다.

충북 제천시에 익명의 기부자가 17년째 보내 온 연탄 2만장(1500만원) 보관증.[사진 제천시]

충북 제천시에 익명의 기부자가 17년째 보내 온 연탄 2만장(1500만원) 보관증.[사진 제천시]

#충북 제천에서는 익명의 기부자가 17년째 연탄을 보내왔다는 소식이 지난 12일 전해졌습니다. 이 기부자는 지역 연탄 제조업체에 연탄값 1500만원을 지불하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익명의 독지가가 마트를 통해 괴산군 칠성면사무소에 전달한 20㎏짜리 쌀 50포대. [사진 괴산군청]

익명의 독지가가 마트를 통해 괴산군 칠성면사무소에 전달한 20㎏짜리 쌀 50포대. [사진 괴산군청]

#충북 괴산군에 따르면 지난 16일 익명의 독지가가 마트를 통해 20㎏짜리 쌀 50포대를 칠성면사무소에 전달했습니다. 면사무소는 이 독지가가 3년째 똑같은 방법으로 쌀 50포대를 면사무소에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소수면에서도 지난달 말 발신자를 밝히지 않은 손편지와 함께 100만 원이 든 우편물이 소수면에 배달됐습니다. 손편지에는 "어렵고 힘드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익명의 나눔천사'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에 전달한 편지와 5054만6420원 성금. [사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익명의 나눔천사'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에 전달한 편지와 5054만6420원 성금. [사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난 18일에는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 앞에서 편지와 함께 5054만 6420원이 든 봉투가 발견됐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천사가 돌아온 겁니다.

'얼굴 없는 천사'가 3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울산 언양읍에 기부하고 있는 신발. [사진 울주군]

'얼굴 없는 천사'가 3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울산 언양읍에 기부하고 있는 신발. [사진 울주군]

#울산시 울주군은 지난 20일 한 기부자가 3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언양읍에 신발을 기부했다고 20일 전했습니다. 이 기부자는 올해 40켤레를 비롯해 2017년부터 모두 140켤레 신발을 언양읍 행정복지센터에 보내왔습니다. 울주군과 언양읍은 신발을 장애인, 혼자 사는 노인 등에게 전달했습니다.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60대 익명 기부자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2300여만원과 메모. [사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60대 익명 기부자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2300여만원과 메모. [사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60대 기부자는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습니다. 이 기부자는 지난 23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300여만원을 기부하면서 "금액이 적어서 미안합니다. 나누다 보니 그래요'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정말 누가 미안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9일 강원도 원주시 중앙시장 거리에서 한 어린이가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금을 넣고 있다. [뉴스1]

지난 9일 강원도 원주시 중앙시장 거리에서 한 어린이가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금을 넣고 있다. [뉴스1]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의 따뜻한 이웃이 돼 주신 얼굴 없는 천사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12월의 기적은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