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7:22→29:42%…울산 압수수색뒤 뒤집힌 김기현·송철호

중앙일보

입력

“경찰 수사내용이 유죄인 것처럼 보도되었다.”

25일 자유한국당 ‘불법 선거개입 조사특위’(위원장 주광덕 의원)가 공개한 박기성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의 불기소 결정서 내용 중 일부다. 박 전 실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최측근으로, 이른바 ‘하명수사 의혹’의 경찰수사 대상자였다. 검찰은 박 전 실장에 대한 불기소 결정서에서 “죄가 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수사내용(피의사실 포함)이 그대로 노출됐다”고 적시했다.

해당 사건은 박 전 실장이 2017년 울산 아파트 건설현장에 지역 레미콘 업체를 쓰도록 강요했다는 첩보(2017년 12월 29일, 경찰청→울산경찰청 하달)가 발단이 됐다. 울산경찰청은 이듬해 3월 16일 박 전 실장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며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박 전 실장을 소환 조사한 후 5월 3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경찰은 5월 11일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2019년 3월 “범죄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연합뉴스]

99페이지 분량의 불기소 결정서를 보면 검찰은 이 사건의 특수성으로 피의사실공표 논란을 지적했다.

“압수수색 사실은 물론 피의사실까지 모두 공개됐다.”(10p)
“구속영장 신청 사실과 기재된 피의사실이 이튿날부터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다.”(18p)

울산시장 후보 여론조사 추이 [김영옥 기자]

울산시장 후보 여론조사 추이 [김영옥 기자]

그럼 당시 언론보도와 울산지역 여론 추이 등은 어땠을까.

6·13 지방선거 6개월 전인 2017년 12월 29일, 국제신문이 발표한 울산시장 후보 적합도 설문에서는 김기현 31.0%, 송철호 15.1%였다. 김 전 시장이 2배 이상 앞섰다. 2018년 2월 2일~3일 울산방송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뤄진 여론조사도 김기현 37.2%, 송철호 21.6%로 김 전 시장이 15.6%p 앞섰다.

경찰의 압수수색은 선거 3개월 전인 2018년 3월 16일이었다. 이날 김 전 시장은 한국당 후보로 확정됐다. 직후 지역 언론에선 ‘경찰, 건설현장에 외압 행사 울산시청 공무원·시장 동생 수사’ ‘울산시장 비서실 등 외압 혐의 잡고 압수수색’ 등을 보도했다. 압수수색 한달 뒤 4월 13~14일 부산일보 등의 조사에서 송철호 41.6%, 김기현 29.1%로 지지율은 역전됐다. 격차는 12.5%p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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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그해 5월 3일 박 전 실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역 언론도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열흘 뒤 5월 14일 국제신문의 여론조사에선 송철호 44.1%, 김기현 28.4%로 격차(15.7%p)가 조금 더 벌어졌다. 이후 경찰은 지방선거 한 달 전인 5월 11일,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비슷한 시기 ‘김기현 정치자금 후원 의혹’ 등의 보도가 잇따랐다. 이와 관련 검찰은 불기소 결정서에서 “이번 사건과 무관한 정치후원금 단서는 경찰 수사팀과 지휘부만 알고 있어야 하는데도 언론에 보도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주광덕 의원은 "레미콘업체 측에서 김 시장에게 후원한 것은 불법성이 없어 경찰도 사건을 종결했는데, 마치 뒷돈을 건넨 불법 청탁처럼 '경찰발' 보도가 선거 한 달 전 이어졌다"며 "명백한 선거범죄”라고 했다.

현일훈·김기정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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