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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서 보던 검찰 조사 장면 확 바뀐다...양면모니터로 조서 실시간 확인 가능

중앙일보

입력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김남준 위원장이 23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제11차 권고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김남준 위원장이 23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제11차 권고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관이 노트북을 앞에 두고 피조사자(피의자, 피해자 등)를 심문하며 조서를 작성하고 있다. 피조사자 옆에 앉은 변호인은 책상 밑에서 작은 수첩에 조사 내용을 깨알같이 적고 있다.

개혁위 11차 권고안 발표 #"검찰 옴부즈만 수용하고 #진술녹음·영상녹화 권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묘사되는 검찰 조사실의 풍경이다. 앞으로 이런 장면이 확 바뀔 수 있다. 검찰이 작성하고 있는 조서를 피조사자가 양면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변호인은 별도로 마련된 간이책상형 의자에서 노트북으로 조사 내용을 적는 식이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23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11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검찰이 조서를 작성하는 동안 피조사자가 '양면 모니터'로 조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피조사자가 요청하면 검사는 원칙적으로 진술녹음·영상녹화조사를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검찰의 조서가 진술 취지와 다르게 작성될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정영훈 개혁위 대변인은 "검찰의 질문 취지에 대해서도 잘못 기재가 되면 피조사자들이 정정 요청을 즉각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그간 소홀히 다뤄졌던 질문도 제대로 작성되면 공판 과정에서 신뢰성 있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피조사자가 검찰 조사 중에 자기변호노트 등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기록할 권리'를 사전에 고지하고, 전국 검사실에 기록이 용이한 간이책상형 의자를 비치할 것도 권고했다. 특히 수사 참여 변호인이 조사 중에 노트북 등 전자기기로 기록할 수 있도록 검찰사건사무규칙을 즉시 개정하도록 했다. 노트북과 태블릿 PC 등 전자기기가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수기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피조사자용 간이책상형 의자 [법무·검찰개혁위원회]

피조사자용 간이책상형 의자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검찰 옴부즈맨 제도 도입도 권고했다. 국민이 행정기관에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을 당하면 권익위 고충 민원으로 접수해 처리하는 제도인데, 그 대상에 검찰이 빠져 있던 것을 보완한 조치다. 검찰이 이 방안을 받아들이면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민원인의 권익 침해를 한 경우 권익위가 조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특히 이 방안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이해 충돌"이라는 원칙론을 고수하다 최근 임기 절반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이건리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개혁위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준 개혁위원장은 "수사상의 인권 보호조치로 이 안을 즉시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혁위 권고안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검찰 조사 장면이 획기적으로 바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형사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영화에서 보던 검찰 조사 장면이 확 바뀌고, 그만큼 피조사자의 권익이 보호될 만한 조치"라면서도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가 까다로워지고 현실에서 적용되는 데는 한계도 있어 잘 정착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평했다.

 개혁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꾸린 조직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 출신인 김남준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개혁위는 출범 다음 날인 10월 1일 1호 권고안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 검사 기용을 촉구한 바 있다. 매주 1회 정기 회의를 열고 각종 검찰 개혁 안건들을 심의‧의결하고 있다.

 법무부는 "개혁위의 권고안을 면밀히 검토해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광우·이가영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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