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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북한이 핵 야욕 멈췄다는 트럼프 말은 허세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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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AFP=연합뉴스]

본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AFP=연합뉴스]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포기했다고 믿지 않으면서 북한 핵 위협이 사라졌다고 '블러핑(bluffing·허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존 볼턴 전 보좌관 악시오스 인터뷰 #트럼프, 북핵 위협 사라졌다고 허세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문" #北 성탄절 도발하면 美 대북정책 실패 인정해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 핵탄두 20→30기 증가

볼턴은 지난주 진행된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북한을 비핵화하겠다고 다짐할 때 진심으로 그런 뜻으로 말한다(really means it)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악시오스는 22일(현지시간) 보도한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북한의 핵 야욕을 꺾었다고 블러핑하고 있으며, 조만간 대북 정책이 형편없는 실패로 끝났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는 볼턴의 주장을 전했다.

볼턴은 트럼프와 참모들이 진심으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믿고 있다면 지금과는 다른 방향의 대북 정책을 밀고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불행히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예를 들어 해상에서 북한 선박이 불법 유류 선적을 할 때 미 해군이 가로막을 수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볼턴은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은 이제는 하나의 "미사여구 정책(rhetorical policy)"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크리스마스 선물' 도발을 감행할 경우 백악관은 대북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볼턴 보좌관은 주장했다. 북한은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무력 도발을 시사하며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볼턴은 김 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모욕적인 행동을 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노력했지만, 정책은 실패했다"고 인정한 뒤 "과거로 돌아가 우리가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면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동맹과 함께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전략과 협상을 비판해왔다. 북한은 물론 이란·아프가니스탄·시리아 등 외교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다가 지난 9월 백악관에서 해임됐다.

볼턴은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지 않은 것이 사태를 더 키웠다고 비판했다. 볼턴은 "미국 대통령이 '단거리 미사일은 걱정 안 한다'고 말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 같은 우리 동맹과 이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한 잠재적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볼턴은 "트럼프 집권 3년이 되어가는데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논의가 조금도 진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간은 확산자(proliferator·북한 지칭)의 편"이라면서 "시간이 많을수록 (무기) 프로그램의 핵 구성 요소와 탄도 미사일 구성 요소를 개발하고 시험하고 개선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나가사키대는 북한이 약 3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연구진은 1년 전 북한 보유 핵탄두를 20기로 추산한 바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금 당장 실험하고 있지 않더라도 북한은 최대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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