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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절반이 “트럼프 마음에 안 든다”…美 매체 여론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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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군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5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실시된 같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꾸준히 증가해 이번에 처음 긍정평가를 웃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군심(軍心)의 이반 현상에 따라 다음 재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장병 격려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장병 격려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 군사전문매체 밀리터리타임스가 지난 10월 23일부터 12월 2일까지 미 현역 군인 16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지지하지 않는다·unfavorable)가 49.9%로, 긍정평가(지지한다·favorable) 43.6%를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매우 지지하지 않는다’가 45.1%, ‘지지하지 않는다’가 4.8%, ‘매우 지지한다’가 24.3%, ‘지지한다’가 17.3%, ‘중립이다’가 8.5%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2014년 4월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콜리어필드에서 주한미군 병사를 대상으로 연설을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2014년 4월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콜리어필드에서 주한미군 병사를 대상으로 연설을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매체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군인 지지율은 퇴임 직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율보다는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2017년 1월 밀리터리타임스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미군의 부정평가는 52%, 긍정평가는 36%로 집계됐다. 오바마 행정부의 미군 감축 정책, 이라크 전투부대 철수 움직임 등에 대한 군의 반감이 상당했다는 게 이 매체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군인 지지율은 2016년 당선 직후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16년 취임 첫 여론조사에서 긍정평가 46.1%·부정평가 37%를 기록한 뒤 2017년에는 긍정평가 44.4%·부정평가 39.7%, 2018년에는 긍정평가 43.8%·부정평가 43.1%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 조사에서 처음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서는 ‘데드 크로스’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매체는 이 같은 변화가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경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경질 이후 1년이 지난 지금도 군 구성원 86%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후임인 마크 에스퍼 장관의 지지율은 24%에 불과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인종 간 지지율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백인 군인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6%로, 부정평가 45%를 약간 웃돌았지만 유색 인종 군인에서 부정평가는 66%로 긍정평가를 압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결정에 대해서도 군인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더 많이 내렸다. 시리아 철군에 대해선 58%가, 국경 장벽 건설에 국방비를 전용하는 데 대해선 59%가 각각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절반 이상은 현재 나토와 같은 동맹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poor)'고 평가했다. 한편 현재 미 의회에서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놓고선 찬성 47%, 반대 46%로 찬·반 의견이 엇비슷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대변인,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대변인을 지낸 데이브 라판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시리아 철군, 매티스 전 국방장관 경질 등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서 군인들이 그가 훌륭한 리더가 아니라는 징후를 보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군과 일반 국민의 지지율이 비슷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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