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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제로금리 5년…파리·뮌헨 집값 30~40%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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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뉴욕타임스(NYT)는 파리프랑크푸르트 등의 집값이 5년 새 30~40% 올라 유럽 주요 도시에 부동산 버블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의 모습. [중앙포토]

뉴욕타임스(NYT)는 파리프랑크푸르트 등의 집값이 5년 새 30~40% 올라 유럽 주요 도시에 부동산 버블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의 모습. [중앙포토]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는 최근 끔찍한 ‘부동산 지옥’으로 전락하고 있다. 파리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 9월 ㎡당 1만 유로(약 1318만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3.3㎡(1평)당 4350만원 이상이라는 의미다. 프랑스 전체 평균 집값보다 4배가량 비싸다.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 거품 심각 #노동자 임금은 1년간 2.7% 상승 #서민들 외곽 밀려나 사회 문제로

파리 거주자의 70%는 월세 세입자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파리 월세가 40% 상승할 정도로 수요가 넘쳤다. 엘리베이터 없이 공동 화장실을 써야 하는 월세방도 입주에 성공하면 축하할 일이란 게 현지 분위기다.

파리뿐 아니다. 독일 뮌헨·프랑크푸르트와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유럽 주요 도시가 가파른 집값 상승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도시에 직장을 가진 주민들이 높은 월세에 못 이겨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앤 이달고 파리 시장은 ‘집값과의 전쟁’도 선포했다. 하지만 건축 허가가 까다로운 프랑스의 도시계획법 때문에 파리 시내의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과열 상위 7개 도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부동산 과열 상위 7개 도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유럽중앙은행(ECB)이 ‘극약처방’으로 내놓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유럽의 부동산을 들쑤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7일 보도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바닥권으로 떨어지면서 유럽 주요 도시의 주택 시장이 투자 열기로 달아올라서다. 유럽 주요 도시의 2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1%를 밑도는 수준이다.

ECB는 2014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예금 기준)를 도입했다. 이후 5년간 포르투갈·룩셈부르크·슬로바키아·아일랜드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집값은 40% 넘게 올랐다. 그동안 스페인 마드리드, 스웨덴 스톡홀름과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집값은 30% 상승했다.

반면 노동자의 임금상승 속도는 더딘 편이다. 유럽주택연맹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직장인의 평균 임금은 2.7% 올랐다. 유로존 거주자가 월세를 내거나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데 쓰는 돈은 월급의 약 25%를 차지한다. 20년 전(17%)에 비해 크게 뛰었다. 독일의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독일의 부동산값이 실제 가치보다 15~30% 높다며 시장의 거품을 경고했다.

ECB의 통화정책을 향한 비판도 나온다. 실물경기를 살리는 효과는 적고 부작용은 커졌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시중은행인 코메르츠방크는 “부동산 거품 붕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실질적인 위험”이라며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도화선이 됐다”고 분석했다. 스위스의 금융그룹인 UBS는 “초저금리 정책으로 유럽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고 지적했다.

주택시장의 거품이 사회적 동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시민들이 과격한 형태로 불만을 쏟아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사회문제 연구소인 막스베버 센터는 “부동산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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