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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1.0 붕괴’와 저출산 예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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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삼식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이삼식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세계적으로 낮다. ‘1.0명 붕괴’는 젊은 층의 상당 비중이 결혼을 포기하고, 결혼한 부부마저 상당수가 출산을 포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출산율 1.1명이 붕괴된 직후인 2006년부터 저출산대책을 본격화하였다.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06~2010)의 장기목표에 명시되어 있듯이, 이때만 해도 서구 국가들의 경험에 비추어 정책 시작 후 10여 년이 지나면 출산율이 반등세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물론 그러한 희망은 실현될 수 없었다.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100조원 이상 예산을 쏟아 부었는데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정책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예산은 회계연도별로 책정된다. 그러나 유독 저출산 대책에 대해서는 2006년부터 매년 시행계획의 예산을 계속 누적하여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여기에는 저출산과 관련성이 낮은 사업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저출산 예산이 과대 포장되어 국제비교가 어려운데다가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했는데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자포자기 심정이 만연해 있다. 이로 인하여 우리나라 저출산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5%(가족지출 기준)로 프랑스(3.7%)와 스웨덴(3.5%)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2.4%)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추가 예산 투입을 망설이고 있지 않으냐는 우려도 있다.

출산율은 인구학적인 지표이면서 삶의 질을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일, 결혼, 출산 및 양육의 필요충분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저출산 예산 증액과 더불어 정책영역 확대와 지원방식 다양화를 통한 구조 개선이 긴요하다. 정책영역 확대의 예로 자녀의 생애주기(보육기, 초등학교 등) 간 연계, 부모의 생애주기(일, 결혼, 출산, 육아, 직장복귀 등) 간 연계,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자녀의 시간과 부모의 시간 간 연계를 강화하는데 예산을 증액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금 지원 예산은 GDP의 0.2%로, OECD 평균 1.1%에 비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육아지원 인프라가 미흡한 초기에는 서비스 공급의 보편화가 중요하나 시장이 발달할수록 현금 지원을 통해 가족이 스스로에 맞는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준비 중인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는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는 한편 지원방식을 보다 다양화하여 가족의 선택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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