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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한돌'의 엉뚱한 한수…이세돌 은퇴대국 1국서 불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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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화면 캡처]

[사진 방송화면 캡처]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 제1국에서 92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3년 전 호선(맞바둑)으로 대결했던 알파고와의 대결과 달리 이날 대국은 이세돌이 2점을 깐 상태에서 덤 7집 반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만큼 인공지능의 우세를 인정하는 수치다.

그러나 AI 한돌은 중반 실수를 저질러 승부가 단명국으로 끝났다. 처음 2점을 깐 이세돌은 이날 3귀를 차지하면서 차분하게 출발했다. 포석을 마친 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첫 번째 승부처는 우변에서 발생했다.

이세돌은 우변 자신의 돌을 돌보는 대신 상변에 집을 마련했고 한돌은 우변 흑돌을 둘러싸고 공격에 들어갔다. 만약 이세돌의 흑돌이 죽거나, 살더라도 큰 손해를 본다면 단숨에 형세가 뒤집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흑돌을 공격하던 한돌이 큰 착각을 일으켰다.

자신의 돌이 잡히는 ‘장문’을 한돌이 파악하지 못해 공격하던 요석 3점을 오히려 죽여 버린 것이다. 인공지능의 승률 예측 그래프도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 87수를 넘어서는 4% 이하로 하락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한 한돌은 몇수를 더 두다가 항복하고 말았다.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다. 지난해 12월, 올해 1월 진행된 국내 상위권 바둑기사 5명(박정환·신진서·김지석·이동훈·신민준 9단)과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했다. 지난 8월 중국 산둥성 르자오시 과학기술문화센터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대국은 이세돌의 은퇴를 기념한 자리라 더욱 주목받았다. 한돌의 대리 착수자로 NHN의 서비스 IB 운영파트 이화섭 대리가 나섰다. 아마 5단인 이 대리는 한국기원 연구생 1조 출신이다.

이번 3번기에서 이세돌은 기본 대국료 1억5000만원 외에 1승 때마다 승리 수당 50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이번 대결은 치수(置數·핸디캡) 고치기로 진행된다. 두 대국자 사이의 기력 차이를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대국 결과에 따라 정해진 규칙으로 치수를 조정하게 된다.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결했을 때는 치수 없이 호선으로 대결했고, 이세돌은 1승 4패를 기록했다.

이세돌은 알파고에게 1승을 올린 인류 유일의 기사로 남아 있다. 당시 이세돌은 백 78수로 알파고를 무너뜨렸다. 78수는 ‘신의 한수’로 불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돌도 이세돌의 흑 78수에 무너졌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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