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100억대 전달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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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을 이틀째 조사한 대검 중수부(安大熙 검사장)는 3일 孫회장이 1백억원 안팎의 비자금을 정치권에 로비 자금으로 제공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孫회장을 이날 자정 무렵 일단 귀가시켰으며 다음주 중 다시 부를 방침이다.

문효남(文孝男)대검 수사기획관은 "孫회장 조사를 통해 SK 측이 2천억원대의 부외(簿外)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따라 孫회장 등 SK 관계자 두세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孫회장에 대해 조사해야 할 사안이 많아 일단 귀가시켰다. 추가 조사를 한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SK 측의 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정치인들도 이르면 다음주부터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孫회장을 상대로 검찰은 구 여권 중진 인사 두세 명을 포함, 여야 정치인 5~6명에게 2000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 때 20억~30억원씩 비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SK 측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수십억원씩을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孫회장은 SK해운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 일부를 정치권에 전달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그 돈은 기업들이 정치권에 관행적으로 제공해 온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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