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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통일 국가명 지금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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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한반도평화만들기 학당 교장이 9일 오후 중앙일보 2층 강의실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박영호 한반도평화만들기 학당 교장이 9일 오후 중앙일보 2층 강의실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통일 이후 국가 명칭도 지금부터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9일 저녁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사옥. '한반도평화만들기 학당 1기' 마지막 수업 날 27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한반도 정세와 통일 문제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반도평화만들기 학당은 지난달 4일 젊은 층에 한반도 문제와 국제 정세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6주에 걸쳐 매주 한·미, 남·북 문제 전문가들이 주제별 강의를 했다.
 이날은 박영호 한반도평화만들기 학당 교장(전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이 강의를 한 후 학생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박 교장은 “북한 체제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이들과 통일을 이뤄나가야 하는 현실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임경준(22·국민대 일본학)씨는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재일 조선인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들 중엔 '조선'이 고향인 분들도 있었다”며 “이들에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둘 다 낯설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들도 고려해서 통일 이후 국가 명칭에 대해서 먼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윤찬(24·고려대 통일외교안보학)씨는 “'북한에 희토류 등 자원이 많다' '자원 개발을 하면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중국에선 희토류 생산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며 “경제 협력도 좋지만 미래 한반도에선 이런 문제도 고려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원두(19·고려대 통일외교안보학)씨는 "북한의 경제발전이 통일이나 남북 관계에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나름의 평가와 비판도 나왔다. 이원두 씨는 “현재 북·미 실무협상이 교착된 상태에서 정상회담으로 사태를 타개하려는 '고르디우스식 해법'(일괄타결식)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보현(20·성균관대 경제학)씨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문건과 담화를 보면, 북한이 왜 자꾸 비핵화 협상이나 회담에서 남한을 배제하거나 외교적으로 무례한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남북이 서로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데 북한이 남측에 너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육도경(22·경희대 국제학)씨는 박 교장에게 “한국 정부가 올해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졌다는 기사를 봤는데, 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박 교장은 “(북한과 실제 대화를 해야 하는) 정책 담당자들은 전략적인 차원에서 인권 문제를 앞에 꺼내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수업이 끝난 뒤엔 수료증도 수여됐다.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의 사회 공헌 활동인 한반도평화만들기 학당은 내년 차기 학당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내년 여름에는 북·중 접경 지역의 현장 학습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6주 간의 수업에는 안호영 전 주미대사,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오준 전 주유엔대사, 신각수 전 주일대사, 윤창용 전 주러시아 공사가 강사로 참여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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